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내 경기를 보면 수출, 내수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과 금년 초 자동차 세금 감면 조치 종료, 2월 초 주택 양도에 대한 세제상 우대 조치 종료 등 때문에 12월과 1월 경제지표가 상당히 변동이 심했다. 그렇지만 큰 흐름으로 봐서는 경제 회복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1년여만에 일시 하락하는 지표가 나타나서 앞으로 경기 추세에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아직 경기 회복세가 달라졌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과거에도 선행지수가 일시 하락한 예가 있다. 심리지표들이 계속 증가하다가 조금 꺾인 것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냐 아니냐는 조사방식이기 때문에 계속 상승할 수는 없다. 지수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지수가 약간 내려갔다는 데 아직까지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물가 쪽을 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3.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가 2월에는 2.7% 상승으로 상승률이 낮아졌는데, 물가상승세의 근본적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다. 1년 전과 비교해 석유류 가격의 큰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월별 물가상승률 지표상의 변화를 가져온 것 뿐이다. 3.1%에서 2.7%로 많이 떨어졌지만 물가상승률이 많이 떨어진 것은 아니고,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다.
주택시장 쪽에서 보면 작년 10~11월까지 주택가격 상승률이 조금 높아지다가 12월과 1월에는 상승률이 조금 낮아졌는데, 2월 지표를 보면 지표는 조금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 반면 주택 거래는 상당히 부진하기 때문에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방향을 말하기 어렵다. 전세 쪽에서는 전세가격 상승률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활발하느냐는 입장에서는 최근에 부진한 감이 있지만, 가격 변동 면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은 조금 소강상태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더 봐야겠다.
금융시장 쪽에서 보면 지난 2월 초 남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상당히 큰 변동을 보였다. 하지만 한 달여 지나고 보니까 더 큰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았고, 그 사이에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이나 국제금융 전체도 불안한 요소가 남아 있지만 그런대로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작년 주택 관련 대출이 꾸준히 늘다가 금년 들어서는 증가 규모가 많이 줄었다. 이것은 비수기인 탓도 있다고 본다.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를 작년과 비교해보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과거 10년 동안 평균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2월 움직임으로 봐서는 완만한 경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월과 3월 각종 통계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 확인될 것이다.
일부 국가의 재정에서 비롯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문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단기간내 근본적으로 해소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국제경제 전체가 다소의 불안요소를 안은 채 운행해야 한다. 약간의 위험요소이기는 하다.
물가 쪽에서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근처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이후로 들어가면서 조금씩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연말로 가면 2.5%에서 오히려 3.0%쪽으로 차츰 이동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경기 회복이 계속 이뤄지면 그런 쪽에서 수요 압력이 커질 수 있고, 공공 부문이나 서비스 가격 등에서 가격 조정 압력이 하반기에 조금 있을 수 있다.
경상수지 쪽에서는 지난 1월에는 수출입차가 소액의 흑자였다. 2월에는 수출입차가 크게 적자로 돌아섰다. 수입이 예상했던대로 상당히 증가율이 빨랐다. 수출이 잘 되고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에 비해서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여행수지 같은 것도 작년과 비교하면 12월과 1월 보면 7억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 1년 전에 비해서는 월별로 7억달러 정도 지출이 더 많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년도 흑자는 작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더 작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에 수정 전망을 발표할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같은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이고, 물가는 당분간, 앞으로 몇 달 목표 중심선인 3%보다 아래쪽에 있고, 현재 기준금리는 2%이고,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가지 과감한 조치들이 끝난 뒤에 민간 부문의 힘으로 경제가 어느정도 성장하느냐, 어느정도 활발하게 움직이느냐를 보고 있는 과정이다. 작년 연말쯤에는 3분기 굉장히 높은 성장 후 4분기에 들어서도 최소한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고, 2~3월에 와서는 작년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가 약간 완만한 성장은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런 판단에 조금 더 확신을 갖기 위해 한 달 한 달 금리를 동결한 채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답변할 때도 말했는데, 자동차 세금 감면이나 부동산 관련 양도세 감면 등 중요한 조치들이 거의 다 끝났기 때문에 그 이후 경제활동이 어떻게 나타나느냐를 살펴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 달에 금통위원들이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은 조금 더 확인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도 통화정책은 물가가 2.5~3.0% 사이이고, 경제성장 속도가 금년 전체로는 최소 4~5% 사이로 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기준금리 2%는 분명히 금융완화 기조로 보고 있고, 앞으로 상당기간 금융완화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는데, 전체적으로는 금융완화 기조지만 그 정도는 적당한 시기에 점점 줄여가는, 최소한 가까운 장래의 통화정책 방향은 그런 선에서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단지 시점이 언제냐는 것은 조금 더 확인하고 의견을 맞추는 과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