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이달 기준금리를 2.0%에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가 13개월째 동결돼 역대 최장 기간 동결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매달 내려 작년 2월에는 2.0%까지 낮춘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행은 2003년 8월부터 2004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해 12개월 동안 금리를 묶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이 기록이 깨진 것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조치들이 끝난 뒤 민간부분의 힘으로 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 지를 살피고 있다"며 "작년 4분기에 비해 금년 1분기에 완만한 성장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판단에 좀 더 확신을 갖기 위해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달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데는 아직까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최근 국내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유로지역 과다채무국들의 재정문제와 성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금리 동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등 불안요인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초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동이 있었다"며 "이후 큰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불안요소는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7%로 전월(3.1%)보다 오름세가 둔화된데다가 특히 2월중 수출은 333억 달러를 기록해 전월 수준(310억 달러)을 크게 상화했고, 1월중 건설투자는 건축 및 토목이 모두 늘어나면서 전월대비 큰 폭(12.7%)의 증가세이다.
다만 1월중 취업자수는 전달 3만 명 감소에서 2만5000명 감소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이 총재는 "전체적으로 금융완화 기조를 보이겠지만 (금융완화) 정도는 적당한 시기에 점차 줄여 나갈 것이다. 통화정책 방향은 최소한 가까운 장래에 그런 선에서 공감대가 형상될 것이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