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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종합]"시신상태 대부분 양호"…익사 추정에 가족들 분통

침몰 천안함 함미에서 발견된 승조원들의 시신 대부분이 특별한 외상없이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가 익사(溺死)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가족들은 군의 생존 한계시간 '69시간' 발표에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16일 "가족들이 바로 얼굴을 알아봤을 정도로 시신 상태가 깨끗했다"며 "수온이 3~4도 가량으로 낮아 냉장 효과가 발생했고, 바닷물의 염분까지 있어 시신 훼손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외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도 외상이나 훼손 없이 온전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백령도에서 함미 안 수색에 참여했던 손수민 하사(25)의 외삼촌 전병철씨(42)는 "외상이라고는 침몰당시 함체에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타박상 정도밖에 없었다"며 "금새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다들 멀쩡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장병들마다 두 눈을 꼭 감고 주먹을 쥔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숨을 참고 버티려 했던 당시 상황이 그려졌다"며 "상태가 깨끗하고 피부마다 닭살이 돋아 있는 것을 봐서는 찬 물에 익사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병장(22)의 가족도 "다친 데도 없고 너무 깨끗했다. 부러진 곳도 없고 운동하던 장갑도 끼고 있었다"며 "차고 있던 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갔다"고 했다.

이상희 병장의 아버지는 "머리를 좀 다쳤다. 얼굴이나 팔 등은 상처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미 인양작업과 실종자 수색 과정을 지켜본 한 실종자 가족도 "시신의 상태는 대부분 양호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종자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가족들은 군의 부실했던 초기 대응과 생존 한계시간 발표 등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 바다 밑에 가라앉은 함미와 함수 위치를 놓쳐 실종자 수색이 늦어졌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생존 한계시간을 들고 나왔다.

'생존자들이 선체 내 격실로 대피해 문을 닫을 경우 69시간(29일 오후 7시)까지도 생존할 수 있다'며 가족들을 진정시킨 것이다.

하지만 15일 인양된 함미 내부 곳곳은 이미 물이 가득 찬 상태였다.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지난 12일 "군은 이미 실종자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끌기 위해 생존 한계시간을 69시간이라고 발표했다"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이 실종자 생사를 모른 채 한계시간을 발표했다면 역량의 문제이고, 알고도 발표했다면 가족들을 기만한 치졸함의 극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