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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어뢰 '버블제트' 피격 가능성 높다지만…北보유 여부 등 미지수

천안함 침몰원인이 외부폭발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어뢰공격에 따른 '버블제트(Bubble Jet)'로 천안함이 두 동강났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민·군합동조사단 윤덕용 단장은 16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함미 인양에 따른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선체절단면과 선체 내외부에 대한 육안검사 결과, 내부폭발보다는 외부폭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이어 버블제트와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이 판단한 바로는 (직격어뢰)접촉도 가능하지만 접촉하지 않고 조금 선체의 근처에서 폭발 가능성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답해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버블제트는 어뢰가 선체를 직접 맞추지 않고 선박 아래 해저에서 폭발할 때 발생하는 수압, 중력, 부력 등이 연쇄 작용해 선박을 일시에 파괴하는 현상을 말한다. 직격어뢰보다 고성능의 어뢰가 이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200t에 이르는 육중한 함정이 두 동강 나 삽시간에 침몰했다는 천안함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양된 함미 절단면 상태 등을 고려하면 외부폭발의 주원인으로 버블제트를 손꼽을만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버블제트를 일으킬 만한 고성능의 어뢰를 누가 쐈느냐다. 기본적으로 남북분단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초점이 모일 수밖에 없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버블제트를 일으킬 만한 신형 어뢰를 개발해 서해상에 실전배치해 놓고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천안함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 서두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와 군은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앞으로 그 결과가 나오는 데로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며 "그에 따른 후속조치도 명확하고 단호하게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침몰을 '우연한 사고'가 아닌, '인위적 사건'으로 규정한 김 장관은 그동안 북한개입설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날 발언은 다분히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아예 북한 어뢰 피격에 따른 버블제트로 천안함 침몰사고원인을 규정지었다.

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뢰에 의한 피격에 따라서 버블제트 현상이 일어나서 그런 처참한 상황이 나왔다"며 "북한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상당히 든다. 북한 개입 방증과 심증이 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신형 고성능 어뢰에 의해 발생한 버블제트가 천안함 침몰원인 1순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버블제트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버블제트는)상당히 고단위 기술이 필요하다"며 "완벽한 버블제트가 가능한 어뢰는 미국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리 군도 버블제트를 일으키는 어뢰를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양 교수에 따르면 미국 외에 호주가 버블제트 어뢰실험에 성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실험당시 표적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었고, 기상상태도 최상인 상황에서 실험이 진행됐다. 천안함이 항해했던 백령도 인근해역의 악천후와 바다밑 환경 등을 고려하면 버블제트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버블제트다, 북한이 했다고 하지만 북한이 기술이 갖고 있는지도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함부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어뢰는 많은 종류가 있다. 섣불리 버블제트로 예단하지는 말자"며 "천안함 사건의 대한 접근시각은 우리나라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때마침 이날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을 정면 반박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소장은 기상청으로부터 입수한 천안함 폭발 지진파의 소리음향을 분석한 결과 "충돌 폭발과 동시에 천안함을 알리는 공명주파수가 바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어뢰탄두가 선체에 바로 부딪혔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배 소장은 "만일 선체 하부의 수중에서 버블 폭음을 일으키고 그 힘에 의해 선체를 타격해 부서졌다면 폭발음과 동시에 선체울림의 공명주파수가 나타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블 폭발이 수중에서 발생한다면 이것도 수중폭발 압력파이기 때문에 지진계로 먼저 잡혔어야 하고 선체를 두드리는 폭발성 고유진동음이 지진파에서 들렸어야 한다"며 "천안함의 지진파에서는 그러한 전조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직격폭발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탄두용량과 관련, "충돌 폭발 시점에서 약 1.18초까지 탄두 단독의 충격폭발음이 발생하는데 그 부분만의 지진파 에너지를 계산해 TNT 폭발량을 구했을 때 219㎏이 얻어졌다"며 "여기에 전달경로와 거리를 9.7㎞(기상청은 초기에 10㎞로 고려)로 보정해 반영하면 천안함에 충돌한 어뢰의 폭파력은 TNT 206㎏"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통 탄두용량 50㎏ 이내는 기뢰에 속하고, 206㎏급은 중형어뢰일 가능성이 높다"며 버블제트 발생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군사전문가에 따르면 탄두용량 200㎏대로 중국의 U2급과 신형 U3급(206㎏) 어뢰가 있고 소련에도 200㎏급 어뢰가 있다"며 "진실규명을 위해 하루 빨리 탄두용량 TNT 206㎏의 중형 어뢰 흔적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천안함 침몰원인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함미가 인양되고서도 여전히 미궁속에 빠져있다. 군안팎에서는 함수가 인양되더라도 정확한 침몰원인은 빨라야 5월께나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