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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불로소득에 익숙해진 월街

"군자여! 영원히 안락에 빠지지 말라"

고대 중국의 현자인 순자가 '시경(詩經)'을 통해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 미래를 망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제자들을 일깨우고자 했던 말이다.

이틀 전 납세자 부담을 통한 은행 지원과 일자리 감소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뉴욕 월가에서 열렸다.

지역 사회단체들과 산별노조총연맹이 주도한 어제 집회에는 노동자와 노조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까지 수천 명이 참가했다.

집회자들은 월가의 탐욕적인 대출 관행 종료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했다.

지난해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이어 전 미국증권거래소 이사장 버나드 매도프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년새 월가의 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여기다 최근 월스트리트의 '황제'인 미국의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사기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제소됨에 따라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체질 개선에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의 금융규제개혁안 표결을 위한 첫번째 시도는 불발로 돌아갔다.
금융개혁법안은 전체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금융기관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고 위기시 파산 은행을 스스로 구제할 수 있도록 대형 은행들이 500억달러를 출자, 기금을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업의 본연의 기능은 돈이 남는 곳에서 돈이 부족한 곳으로 중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금융이란 '돈이 돈을 낳는' 불로소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불로소득에 길들여진 월가의 은행들이 귀를 막고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도전과 기회'라는 월가의 명성이 옛 역사가 되는 건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