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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자금난에 보금자리도 '흔들'…하남 땅값 보상 '연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으로 보상금 없이 토지수용만 하려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린벨트지역(개발제한구역)을 풀어 토지를 수용한 뒤 공동주택을 세우는 보금자리시범지구에서 토지 수용에 대한 지급납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보금자리시범지구 중 가장 큰 규모의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에 대한 보상 공고를 지난 3일 냈지만 토지보상이 기일 안에 이뤄질지 미지수다.

당초 하남 미사지구에 대한 토지 보상 공고는 지난 3월 말로 예정돼 있었지만 6월 말로 1차 연기됐다가 7월19일로 2차 연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하남미사지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대부분을 떠맡은 LH가 과도한 부채로 경영난을 겪으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는 2018년까지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예정이지만, 매년 12조원씩 12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로또로 불리던 보금자리주택의 미분양 사태가 LH의 자금난을 더 옥죄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LH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하남시에서는 LH의 자금난이 심화되며 보금자리주택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미 세 차례나 보상공고가 미뤄진 상황에서 보상금이 너무 낮다는 볼멘소리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와 보상지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 MB정부 대표적 주택정책 실패하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일각에서는 MB정부의 대표적 주택정책의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이 실패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LH의 총부채는 109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미분양된 토지 및 주택의 규모도 24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소요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현재 LH가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고 경기도 양주 회천지구·파주 운정3지구 등 신도시 4곳에 대한 사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MB정부의 중점 추진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사업비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전문가K씨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LH가 보금자리주택을 동시다발적으로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또 다른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우선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지으며 토지소유자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보금자리주택 지구에 악성 미분양이 적체되는 점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강남권 등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의 절반 정도 가격에 분양됐지만, 수도권 외곽의 보금자리주택지구는 주변 시세와 비슷해 대량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토지보상금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작금의 심각한 재정난이 원인”이라며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며 이에 대한 압박이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 토지보상금…형평성도 문제

한편 하남 미사지구 사태를 단초로 토지보상금의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상금이 미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토지보상금이 형평성에 어긋나 토지소유자의 반발이 거센 것도 문제”라며 “제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향후 보상금 규모에 대한 합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금자리주택 건립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린벨트를 해제에 공동주택을 세우는 것인데 이에 따른 땅값 상승분이 토지소유자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간주거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프리미엄이 실수요자의 몫이 됨으로써 보상금 규모에 대한 형평성에 모순이 있다”라며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보상금 납부기일 외에도 보상금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사업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소요비용을 지주들에게 집중 부담시켜 반발을 사고 있고, 이런 점이 보상금 지연 뒤에 감춰진 또 다른 뇌관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