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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대중소기업간 관계는 현저한 역량(교섭력) 차이, 커뮤니케이션의 취약, 구속력 없는 계약, 공정하다고만 할 수 없는 코디네이터(정부) 등 협력의 조건이 매우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역량차이는 협력을 저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글로벌 아웃소싱이 일반화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협력기업이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기술력 등을 갖지 않으면 단가인하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표준계약서 등의 의무화도 다양한 형태의 편법을 통해 나타날 수 있고, 불공정거래행위의 신고강화도 현재와 같은 솜방망이 제재시스템과 모기업의 보복에 따른 위험부담이 매우 큰 상황 하에서는 실효성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원론적이지만 딱 하나, 모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으로 협력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을 모기업에 맡기면 가능할까?
모기업은 꼭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강요하지 않아도 협력기업을 지원할 것이고 실제로 1차 협력기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2차, 3차 협력기업으로 갈수록 필요로 하는 기술수준도 단순해져서 대체가능성도 높아지고 단기거래의 가능성이 커져 지원할 유인이 별로 없어진다.
대기업이 2차 이하 협력기업 지원자금을 왜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대기업의 발전이 대기업의 노력에만 의한 것이 아니고 정부의 특혜나 협력기업에 대한 쥐어짜기에 의한 것이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차 이하 협력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망사항이면서도 아직도 미해결과제인 현금결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현금결제보증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보험에 가입한 협력기업들에게는 모기업으로부터 어음을 받을 경우 그 어음을 현금으로 대신 지불해주고 나중에 대금을 지급받게 되면 상환하도록 한다.
협력기업들로 하여금 보험가입에 따른 손실과 현금결제에 따른 이익을 비교하여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양쪽에 경제적 이해에 입각한 선택지를 주고 특히 2차 이하 협력기업들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제안하는 이러한 방안에 대한 심층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