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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부당거래로 ‘이익’…편법 경영 승계

현대기아차가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중소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한 하도급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사내하청과 인력 파견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박유기)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현대차 재벌 사회적 책임 본격 제기’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현대기아차 경영구조와 불공정거래 실태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과 박선숙(민주당) 이정희(민주노동당) 유원일(창조한국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들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지배구조문제를 통해 본 편법적 경영승계-현대차그룹의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발제문에서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채 위원은 “회사기회의 유용, 지원성 거래, 부당 주식 거래 등의 방법으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이루었다”며 “특히 현대기아차는 2006년 글로비스 비자금 사건에 확인된 바와 같이 정몽구 회장 부자의 경영승계를 위해 현행 기업지배구조를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성 거래를 통한 물량몰아주기로 계열사의 급속성장을 촉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기회의 유용을 통한 부당 주식거래로 재벌일가의 부를 증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채 위원은 구체적인 사례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들었다. 지배주주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5.17%, 현대모비스 6.96%, 현대제철 12.58% 만을 보유, 결국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회사 돈으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전횡적인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채 위원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6년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 하이스코 유상증자, 서울차체공업 담보부채권거래, 본텍 화의채권거래 등으로 2008년 6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형사재판 과정 중에도 2008년 3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에도 현대자동차 이사로 선임됐다.

경영권 세습과 관련 채 위원은 지분 상속과 경영권 상속으로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분상속을 위한 방법으로 글로비스, 오토에버시스템즈, 현대엠코, 이노션, 현대커머셜 등은 경영세습을 위한 지배구조로 짜여져 있어 자금마련의 바탕이 됐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상속으로는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기아차의 후계자로서 주요 핵심계열사의 등기이사다. 또 장녀인 정성이씨는 해비치리조트 이노션 임원, 둘째 사위인 정태영씨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며셜 이사, 셋째 사위인 신성재씨는 현대하이스코 이사, 조카인 정일선·문선씨는 비앤지스틸 이사로 각각 활동 중이다.

채 위원은 “이와 함께 회사기회 유용을 방지하는 상법의 제정과 이중대표소송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현대기아차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의 내부거래와 원-하청거래, 불법 파견 등의 실체를 면밀히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성장신화 이면에 가려진 불공정거래의 실상과 정책 대안’이란 발제에서 이 위원은 “현대기아차는 지난 10년 동안 생산, 매출, 이익측면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며 “그 이면에는 계열사간 상품 내부거래,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국내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가중시키는 불공정판매 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매출액 1억 대비 고용계수는 물론 1인당 부가가치 대비 인건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설비투자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2500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