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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폭스바겐과 비견되려면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위기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격변 속에서도 판매량을 꾸준히 확대하며 글로벌 선도기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대차의 선전이 도요타 리콜사태와 연이어 터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경쟁사들의 생산능력 감소에 의한 영향으로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현재의 생산능력(Capa),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으로는 강자로 성장하는데 다소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박상용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현재 위상과 경쟁력을 가늠해보고 향후 전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을 비교했다.

5일 박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가야 할 길을 한걸음 앞서 걸어간 폭스바겐은 이번 위기에서의 승자라고 할 만큼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며 "경쟁사 대부분의 신용도가 하락하거나 실적이 저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A3로 유지되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현대차와 좋은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대차의 품질신뢰도지수(IQS, VDS)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이미 글로벌 상위 수준에 자리매김되어 있다. 폭스바겐 등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차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품질신뢰도가 여전히 높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Top Ti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품질신뢰도 및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728만대를 생산하며 세계 3위권으로 도약했고, 현대차그룹은 573만대 생산으로 세계 4~5위권의 시장지위를 공고히 했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은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번 위기동안 국제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인 자동차 메이커 중 유일하게 등급이 상승했다.

폭스바겐은 멀티 브랜드, 다품종 양산체제 구축전략을 구사해 다양한 지역 및 소비계층을 공략하는 전략과 인수합병 및 합자를 통한 현지 진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적인 Two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며 지역별 주력 소비계층을 공략하기 위한 주력모델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전략, 해외 직접진출 및 현지화 모델 양산 전략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양 그룹의 공통점으로는 플랫폼 공용화 및 모듈화를 통한 생산효율성 제고전략, 중소형차 비중 확대 및 지역포트폴리오 분산전략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양사는 경쟁사들에 비해 우월한 성장세 및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유럽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에 진출, 양시장에서 우수한 시장지배력을 보이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미국시장에서의 입지는 다소 약한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시장에서 3~4위권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10%대 점유율을 돌파했다. 유럽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제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해외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양호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글로벌시장과 각 지역에서 성장동력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BRICs시장에서 폭스바겐, GM과 함께 'Big 3' 대열에 합류했으며 인도, 러시아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우월한 시장지위를 확보했다. 중국, 브라질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후발주자로서는 양호한 3~4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소형차급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장동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