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블랙 먼데이' 다음날인 9일(이하 현지시각) 소집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월가에서 커지고 있다고 외신이 일제히 분석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준이 이번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 공포에 사로잡힌 금융시장
블룸버그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하는 이른바 '공포 지수'(VIX)가 8일 오후 뉴욕에서 48로 무려 50%나 상승했다면서 이것이 지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 지수는 '공포 수준이 높음'을 의미하는 30이 마지노선으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 등급을 전격 강등한다고 발표한 직후 31대를 돌파했다. 이후로 공포지수가 점점 높아져 48에까지 이른 것이다. 많은 이들은 연준이 이 공포지수를 낮추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무엇이라도 해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연준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이미 두 차례의 '양적 완화'를 실행했기 때문에 추가 조치를 취할 여력이 부족하지만, 워낙 상황이 심각하고 화급하기 때문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겨냥한 조치에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버 트릴릭스 어드바이저스의 제임스 리프 포트폴리오 매니저 어시스턴트는 보다 구체적으로 로이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정책의 한계를 넘었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채무 위기로 인해 자력 차입이 한계에 봉착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살리기 위해 이들 국가의 국채까지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월가는 '이제는 연준이 움직일 차례'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때 수면에 가라앉았던 연준의 3차 양적 완화 얘기가 또다시 부상하는 것이라고 리프는 덧붙였다.
MEB 옵션의 파생상품 브로커 브렌나 하드먼은 블룸버그에 "(미국의 등급 강등이란) 전례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허둥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이 (정책과 금융 당국의) 지도력을 갈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최고경영자(CEO)도 블룸버그에 미국의 등급 강등이 "신뢰에 대한 일격"이라면서 "미국이 빚을 갚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핵심에 대한 회의가 높아진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 "정책 당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블룸버그에 "실추된 (투자자) 신뢰를 부추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실질적인 조치도 그렇지만 "월가 쪽에 '연준이 움직여 뭔가를 하는구나'하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할 수 있는 일 많지 않아
JP 모건 체이스, BNP 파리바 및 골드만 삭스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연준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미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두 차례의 양적 완화 등을 통해 2조8천700억달러를 풀었기 때문에 추가로 다른 무엇인가를 구사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이들은 지적했다. 따라서 그간은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시장에 인식시켰던 것을 아예 '특정 기간'이라고 못박아 시장 확신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간 시장에 푼 돈을 '더 오랫동안 거둬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장에 인식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이 보유 미 국채를 지금보다 더 장기채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이들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 FOMC에서 미국의 성장 전망을 떨어뜨려 시장에 '초저금리 기조가 더 오래 유지될 것'임을 확신시키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월가가 특히 주목하는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버냉키가 '좀 더 소신껏'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포토맥 리버 캐피털의 마크 스핀델 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에 어퍼컷(uppercut)이 가해졌다"면서 따라서 그 충격을 흡수하려는 연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간부로 일하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스 인스티튜트로 옮긴 빈센트 라인하트는 버냉키가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것이 '연준의 실탄이 떨어졌구나'하는 실망감을 높이는 쪽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인하트는 연준이 이미 시장에 엄청난 자금을 풀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필요하면 그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으며 다만 지금은 그러길 원치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FOMC 회동을 전망하는 분석에서 "연준이 계략을 부릴 여지가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것도 매직은 없다"고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