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준으로 자유로운 자본 흐름은 보장하되 부작용이 있는 일부 자본에 대해선 적정한 규제가 가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한 서울국제파생상품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통해 "자유무역과 자본자유화가 19세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최근 자본자유화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1999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파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통해 급격한 자본유출과 그에 따른 성장의 후퇴를 경험하면서 자본유입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
박 장관의 발언은 헤지펀드를 염두에 둔 것으로, 국내 학계나 금융계에서 헤지펀드를 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새로운 금융공학과 시장 분석기법으로 금융시장을 발전시킨다’는 긍정론과 ‘투기적인 자본 거래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비판론이다.
박 장관은 이날 발언에서 헤지펀드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폭락도 글로벌 헤지펀드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을 내비친 셈이다.
박 장관은 또 "건전한 자본과 투기적 자본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자본 유출입의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정교한 외과적 조치가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 원칙에 합의를 이룬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그런 원칙 중 하나로 글로벌 수준의 대응을 제시하면서 "자본 흐름과 관련된 새로운 금융질서는 국가간 조화된 정책 공조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각국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으로부터 금융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또 자본 자유화의 폐해가 경제의 구조적 원인에 의해 악화되지 않도록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자본이 고수익을 좇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나 이러한 흐름이 신흥국과 선진국간 구조적인 불균형으로 인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돼선 안된다"며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자본유입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원칙으로 외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안전망을 구축하고 과도한 자본 흐름과 관련된 금융기관에 대한 미시적 금융규제의 세트를 완비하는 것을 꼽았다.
박 장관은 "과도한 자본통제를 통해 사전적으로 모든 금융위기를 막으려는 시도는, 건전한 자본의 유입까지도 막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에 예방적 기능을 도입하는 등 기능을 보강하려는 시도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나아가 "G20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다"며 "특히 헤지펀드는 최첨단 금융기법을 갖춘 대규모 전문투자자이므로 시장 영향력을 감안해 공격적 투자가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