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당국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인상되는 대출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대출 억제'를 핑계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 이자를 높이고 있어 은행들의 이자마진도 지난 수년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은 대출을 받지 못해 아우성이고, 받아도 높은 이자로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은행들은 이런 와중에서도 이자 놀이를 하며 배를 두둑히 채우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86%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총대출금리도 연 6.08%로 0.02%포인트 올랐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금리는 연 5.46%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지만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연 4.90%)과 일반신용대출(연 7.79%)는 각각 0.03%, 0.26%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이자가 하락세를 나타냈던 제2금융권 대출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특히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연 17.50%로 전월보다 2.43%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기업대출 감소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가계대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은 이자가 저렴하다.
신용협동조합 대출금리도 연 7.35%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올랐고, 상호금융(농협) 대출금리도 연 6.25%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6월 기준금리 인상 후 시장금리의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자 마진은 최근 수년 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부응한다는 핑계로 가계대출 이자를 적극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높은 이자 마진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7월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3.08%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총수신금리와 총대출금리(6.08%) 차이는 3.0%포인트에 달하며, 이는 최근 수년 새 최고 수준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며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가산금리를 속속 올린데다 대출자들을 늘리기 위해 제공하던 지점장 전결금리 등도 축소해 실질 대출금리마저 높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출 억제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더 올려 제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