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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이제는 가계대출 회수 나서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가계대출을 크게 줄인 시중은행들이 이제는 가계대출 회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을 회수한만큼 신규대출 여력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은행들의 갑작스러운 대출금 회수는 가계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특별 예대상계ㆍ만기연장 시 부분상환제 시행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특별 예대상계와 만기연장 시 대출금의 일부를 반환토록 하는 제도가 일부 은행에 도입됐다.

신한은행은 최근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특별 예대상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예금만기가 3개월 이내에 도래하는 고객 중 희망자에 한해서만 예대상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점에서 조건에 맞는 고객에게 연락해 예대상계를 권유하고 있지만,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예대상계란 금융기관이 가계에 빌려준 돈을 해당 가계의 예·적금과 서로 상쇄하는 방식으로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대출금 상환 목적으로 중도해지된 예ㆍ적금엔 약정이자가 모두 지급된다.

우리은행은 현재 예대상계를 시행하지 않지만, 실무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나은행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중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원금 일부에 대한 상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가운데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진 고객에 대해선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지만,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가계대출 회수 본격화되나

은행들이 가계대출 회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신규대출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세비 등 실수요 대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은행들은 기존 대출 가운데 일부라도 회수해야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이번달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목표치에서 방어하지 못할 경우, 예대상계나 만기연장 시 부분상환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예대상계와 만기연장 시 부분상환제 시행을 가계부채 경감 아이디어로 제출했고,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면 확대는 은행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예금이 있는 등 여유가 있는 차주가 대출금 일부를 상환할 경우 은행 입장에선 대출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에 꼭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 대출금 상환 요구에 가계 부담 가중 우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가계대출 회수가 시중은행과 금감원이 말한 객관적인 원칙에 따라 시행되지 않을 경우 대출금 상환에 대한 가계의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1억원짜리 가계대출 중 10%의 상환만 요구해도 고객은 1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준비해야 한다"며 "대출 회수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경우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은행의 대출금 상환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금감원의 감독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