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상장 저축은행들이 추석을 앞두고 잇따라 실적을 공시한 가운데 이들 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대부분 적자이며,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는 자본잠식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진흥·제일·푸른·서울·신민·솔로몬 등 7개 상장 저축은행 가운데 추석 연휴 직전인 9일까지 지난해(2010년 7월~2011년 6월) 실적을 공시한 곳은 솔로몬과 제일을 제외한 5개사다.
실적을 공시한 5개 저축은행 중에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푸른저축은행 한 곳 뿐이었고, 나머지는 최대 125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저축은행은 지난 9일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12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직전 사업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약 2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했을 때 약 1255억원가량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영업손실도 840억원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적자전환의 주요원인"이라며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92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직전 사업연도에 125억원의 순익을 낸 것과 비교해보면 약 1048억원가량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영업손실은 478억원으로 전년(68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BIS 비율은 9.09%로 나타났다.
신민저축은행과 서울상호저축은행은 자본잠식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저축은행은 202억원의 당기손순실을 기록하며 위의 두 은행보다 적자폭이 작았지만 자본잠식률이 129.5%로 자기자본이 전액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도 189억원에 달했다.
신민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이 자본잠식의 주요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증자 대금으로 대주주 등이 5월 28일 120억원을 당사에 예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자본전액잠식이 확인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고, 28일까지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 6월 4월 웅진그룹의 계열회사로 편입된 서울저축은행도 신민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자본잠식률이 93.6%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상호저축은행은 지난 6월 최대주주인 웅진캐피탈을 상대로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잠식을 해소한데 이어 9월 8일에도 웅진캐피탈을 상대로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지난달 17일 실적을 발표한 푸른저축은행은 25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캠코매각 PF대출의 충당금 설정 등으로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76억원)에 비해 줄었으나 자회사인 푸른2저축은행을 매각해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에 푸른축은행은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아직 공시를 하지 않은 제일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은 각각 14일, 21일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는 “회계감사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다”며 “오는 19일까지는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금융당국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처리 기준 등을 확정해주어야 감사를 완료하고 실적을 공시할 수 있다”며 “적어도 21일 내에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장 저축은행들의 정기주주총회는 한국·진흥·제일·푸른·서울·신민 등 6개 저축은행이 27일, 솔로몬저축은행이 28일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