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은퇴 후 주거계획에 대해 'ABC 원칙'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22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100세 시대' 주거선택의 세가지 화두로 '자기 집에서 보내는 노후'(Aging in place),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Balance), '사회적 고립을 피할 커뮤니티'(Community)를 제시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100세 시대를 맞아 60세에 은퇴하면 40년 동안 살게 될 '집'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기 집에서 보내는 노후에 대해 대비하라
이는 고령자들이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가며 삶의 질을 유지하는 주거형태를 말하는데, 반대되는 개념이 노인 요양시설이다. 늙어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45세 이상 미국인의 86%, 한국 베이비부머의 76%가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에 자신의 집에서 생활할 경우, 욕실에서 미끄러지나 집앞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등의 낙상(落傷)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03년에만 65세 이상 노인 1만3700명이 낙상을 당해 사망했고, 한국에서도 65세 이상 재가노인의 3분의 1이 매년 1회 이상 낙상 사고를 당하고 있다.
따라서 낙상을 막기 위해 욕실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갖추는 등 고령자 친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부동산의 연금화 추구해야
연구소는 60대 가구주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85.6%로, 부동산 자산 편중 현상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금융자산이 늘어나야 하는데도, 40대 70.7%, 50대 78.6%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부동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80% 수준의 부동산 비중은 미국(32.9%)와 일본(39.5%)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2~3배로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주택 과소비(housing over-consumption) 여부 판단도 중요하다며,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며 가구원 수보다 방이 1개 많은 형태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반 가정은 부모와 1~2명의 자녀로 이뤄진 '보통'에 해당하다가도, 자식들이 성장해서 집을 떠나면 주택 '과소비'가 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처럼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과 주택 과소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안정한 부동산보다는 매달 현금소득이 생기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부동산의 연금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의 연금화는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으로 여윳돈을 마련하고 그 돈을 '일시납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7억원 짜리 아파트에 사는 60세 남성이 4억원짜리 아파트로 옮기고 3억원을 일시납 즉시연금에 넣으면, 다음달부터 134만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집을 담보로 맡기고 생활비를 연금으로 받는 '역모기지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사회적 고립 피할 지역 선택도 중요
끝으로 연구소는 사회적 고립을 피할 커뮤니티(Community)를 찾으라고 소개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연스레 외부활동이 줄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점차 소외된다.
일본의 경우 사회적 고립이 외로운 죽음으로 이어져 매년 3만명 이상이 고독사(孤獨死)하고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지역에 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일부 실버타운에서 수영장과 휘트니스클럽을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고립된 노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은퇴 후 주거지로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데, 몸이 불편할 때를 고려해 대중교통과 의료혜택에 대한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