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정부 부처 중 처음으로 고용노동부가 14일 2012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섰다.
이는 서민경기 체감의 척도인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내년 세계적인 저성장이 자칫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신속하고 면밀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정목표의 첫번째도, 두번째도 `일자리 만들기'"라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가장 먼저 받은 것은 정부와 국민 모두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절박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고용지표는 계속해서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체감 고용률은 낮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호조를 보인 고용지표에 대해 기쁨의 표현으로 '고용대박'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정부는 이처럼 체감 고용률이 낮은 원인으로 '일할 기회의 부족'과 '일하는 사람들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업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 고용을 늘리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뿌리 깊고 낙후된 관행인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일자리 안전망을 촘촘히 메우는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회사와 노동자 간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청년 일자리 7만1천개 이상 창출
고용부의 2012년 업무보고 핵심과제 중 하나로 우선 청년층 고용 확대가 제시됐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사실상' 청년 실업률은 22.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문화·관광 분야 취업인턴(4만명), 공공기관 신규 채용(1만4천명) 등을 통해 내년까지 청년 일자리 7만1천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일하고 싶은 강소기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내 청년고용센터 운영을 확대한다.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정책도 추진된다. 학력이 아닌 실력 중심 고용문화 정착의 핵심인 고졸인력의 고용 확산을 위해 채용전과 채용시, 채용후에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우선 채용전에는 학교와 기업간 채용약정을 통해 실습훈련을 실시하고 고졸인턴을 1만2천명에서 2만명으로 늘리는 한편, 교원들의 현장연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채용시에는 학교와 기업, 고용센터를 연계해 체계적인 고졸자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채용 후에는 고졸자가 우선 입사한 뒤 재직하면서 폴리텍대나 중소기업과 계약한 대학 학과에서 공부할 경우 학비를 지원하고 훈련 과정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실력과 실무 중심의 채용관행을 확산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객관화ㆍ다양화한 핵심 직무역량 평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채용 시 학력 기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적용한다. 일하고 싶은 기업 일자리를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제공하는 것도 병행한다.
◇무급휴직자에게 생계비 지원… 고령층·장애인 일자리 확대
청년층 일자리 확대와 함께 고용부는 사회보험 확대 등을 통해 일자리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고령층과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우선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과 같이 구조조정의 여파로 무급휴직한 이들이 경제적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평균임금의 50% 이내 수준에서 6개월 간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무급 휴업이나 휴직의 경우, 고용은 유지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입이 없어 생계가 어렵다. 실제 쌍용차의 경우, 2009년 정리해고가 단행된 뒤 무급휴직자가 복직되지 않으면서 생계를 비관한 자살이 잇따랐다.
저임금근로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가 3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취업성공 패키지 참여자가 7만명으로 늘고 기초생활수급자 대학생 자녀도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베이비부머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게 근로자 삭감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는 임금감액률은 20% 이상일 경우에만 삭감임금의 일부를 지원하지만 앞으로 기준이 10%로 완화되고 지원제한 소득도 현행 6천800만원에서 하향조정된다.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일시불 또는 수령기간에 단순 분할해 받는 퇴직금을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수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금상품에 대한 세제지원이 추진된다.
장애인 일자리 대책으로는 민간과 기타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이 현행 2.3%에서 2.5%로 상향조정된다. 장애대학생이 방학기간에 기업에서 직무체험을 할 수 있는 기업연수제가 1분기 중 시범도입되며 30대 기업집단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자회사로 설립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이 추진된다.
장시간 근로 등 우리 노동시장의 낙후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실시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제도 합리화와 주야 2교대에서 주간연속 2교대, 3조2교대 등 교대제 개편 지원이 확대된다.
교대제 개편을 통해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 현행 1년간 1인당 720만원에서 2년간 1천80만원으로 확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무급 3일→유급 3일·무급 2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원 및 청구권 부여, 직장보육시설 지원 확대 등의 정책도 마련됐다.
◇'노사 사회적책임 가이드라인' 마련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각종 개선책도 꾸준히 추진한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개선, 기본 복리후생 제공, 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 및 인증 등을 담은 '한국형 노사의 사회적책임 가이드라인'이 상반기 중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생의 일자리를 가꿀 수 있도록 노사 간 양보와 배려의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대ㆍ중소기업 공생 방안으로는 업종별 공동훈련 모델 확대, 공동 산재예방 체계화, 대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의 협렵업체 지원, 산업단지 공용 통근버스ㆍ기숙사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공공부분 노사관계 합리화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중 상시 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평가기준에 따라 무기계약직화하고 용역근로자 보호지침도 제정키로 했다.
이밖에 사내하도급과 구조조정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정책도 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