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이하 신경분리)가 투자은행(IB)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금융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19일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농협의 신경분리는 결국 투자은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 이렇게 되면 농협은 반드시 망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태인 원장은 현재 농협의 신경분리안이 2009년 맥킨지가 제출한 용역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보고서 원문을 제대로 확인해야겠지만 농협 신용부문을 떼어내 궁극적으로는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농수축협을 포함하면 한국의 사회적 경제규모는 세계 3위가 될 정도로 농협의 규모가 크다"면서 "농협을 통해 농민의 시장 주도권을 향상시키고 생협운동과 협력한다면 스페인의 몬드레곤이나 이탈리아의 레가처럼 혁신적인 대규모 협동조합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장상환 교수(경상대) 또한 "지주회사 방식의 신경분리는 자본 중심으로 효율성을 강화하면서 농협을 농민으로부터 떼어내는 일이다"고 비판하고 "서구의 발전된 복지국가가 복지의 수혜자와 종사자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듯이, 농민들과 노동자들이 주체적 노력을 통해 밑에서부터 농협 개혁의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개혁을 역설한다. 그는 "농민의 요구는 경제사업을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다. 지역조합들이 신용사업을 독립적으로 영위하면서 농민의 자주적 통제를 받는 '신용사업 연합회'를 구성하고, 농민과 관계없는 대형마트 사업 대신 농산물 판매에 집중해 농산물 유통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농협을 지주회사로 쪼개는 것은 300만 농민의 자주적 결사체인 농협을 절대적으로 이윤만 추구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며 "금융노조는 이런 방식의 신경분리는 결사반대하며, 야당과 함께 반드시 농협법을 재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농협법 재개정을 약속한 상태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에 등원 조건으로 농협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드시 농협법을 재개정하겠다고 했고, 우제창 의원도 "정무위원회도 등원 뒤 가장 먼저 금융위원회와 농협을 불러 긴급 현안질의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