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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인수책임 회피하려던 최태원 SK 회장 '발목'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SK텔레콤 경영진의 독자적 판단이었다더니…'

SKT 이사회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기존 해명을 뒤집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경제개혁연대 측은 "SKT 이사회가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로서 SKT의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관심과 의견 표명을 인정했다"며 "이는 오직 SKT의 독자적인 결정에 의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다는 SKT의 기존의 해명을 뒤집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의 입장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하고자 한다면 그 인수주체는 주지회사인 SK가 되어야함에도, 사업적 시너지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회사인 SKT가 인수에 나선것에 대해 그동안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SKT의 성장엔진 확보 차원에서 SKT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던바 있다.

하지만 이후 최태원 SK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보도가 전해지는 등 SKT 경영진 자체판단이었다는 회사 측 해명에 미심쩍은 징후가 나타났고,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16일 SKT 이사회에 SKT의 하이닉수 인수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논의가 있었는지 재차 질의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SKT 이사회는 최근 답변서에서 "자회사의 경영환경에 대한 관리도 지주회사 SK의 주된 업무로서, 정관에 '자회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취득·소유함으로써 자회사의 제반 사업내용을 지배·경영지도·정리·육성하는 지주사업'을 첫 번째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지주회사 SK의 대표이사인 최태원 회장이 SKT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에 대해 관심과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답변서에 기재된 대로,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제반 사업내용을 지배·경영지도·정리·육성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따라서 하이닉스 인수주체로 자회사 SKT가 나선 이상 지주회사인 SK가 그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다.

하지만 그동안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가 SKT 경영진의 자체판단임을 강조하면서 SK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거짓말을 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의 하나인 SK그룹으로서는 떳떳치 못한 태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제도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형태의 하이닉스 인수 결정에 대해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번 답변서를 통해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결정에 따른 책임을 모면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인수 추진에 대해 관심과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SKT의 등기이사는 아니지만, 상법 제401조의2에 따른 업무집행지시자, 즉 사실상의 이사(de facto director)다"고 설명했다.

또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자회사의 대형 인수합병 문제는 지주회사의 이사회에서 논의됐어야 한다. 즉 SKT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에 대해 관심과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SK의 대표이사인 최태원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SK 이사회 전체의 문제로,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SK의 이사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셈이 됐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 SK의 대표이사로서, 또 자회사인 SKT의 사실상의 이사로서 권한을 행사했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 판단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하며, 최태원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SK의 이사들은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이 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하이닉스 인수로 인해 SKT 및 SK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타날 경우, 최태원 회장과 SK 이사들의 권한행사와 불행사에 대해 각각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