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고물가로 인해 올해 가계 고통이 사상 세 번째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불황 장기화로 고용 사정이 더 나빠져 임금 등 가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시련이 올해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고통지수 역대 3번째
2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한해(1~9월) 실질임금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3.49% 감소했다. 식료품 가격부터 공공서비스요금까지 일제히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수준인 반면 임금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올해 1~10월 평균 7.5를 기록, 2001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높다.
두 가지 통계 모두 물가상승률과 연관되어 있어 가계고통의 주범이 고물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1월 평균 4.0%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상한선인 4.0%에 턱걸이했다.
실업률은 그나마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창업을 한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고용 수준을 높은 것이라서 청년 고용과는 관계가 없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15세 이상 연령층의 고용률이 56.2%에서 59.9%로 3.7%포인트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50대 고용률은 72.9%로 2000년 63.5%보다 9.4%포인트 늘어났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내년 고용시장도 `먹구름'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고용사정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 고통이 올해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국내 만19세 이상 남녀 1천624명으로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내년 살림살이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28%)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18%)보다 많았다. 이 조사에서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앞지른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들이 예상하는 고용전망 역시 악화돼 내년 실업자 수가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54%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상승한 반면,감소할 것이라는 견해는 지난해 15%에서 올해 7%로 더 줄어들었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CSI)에서도 가계수입전망CSI가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95를 기록, 6개월 내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 소비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비싸면 좀 덜 사면 되지만 월급을 못 받으면 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고용여건이 악화해 가계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