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법무부가 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준법지원인제도 적용 대상을 확정했다며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또 이번 조치는 법조계의 입장만 반영된 법조계 밥그릇 챙겨주기라며 준법지원인제 기업범위를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28일 내년 4월 시행되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적용되는 기업을 자산 규모 3천억원 이상의 상장사로 정한 상법 시행령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에 대해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산총액 3천억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준법지원인을 상시 고용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계, 학계, 법조계가 기업 적용범위를 각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5천억원 이상, 1천억원 이상을 주장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입법예고는 법조계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라며 "고임금의 준법지원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5~6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전수봉 조사1본부장도 "준법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감사위원회, 상근감사, 내부회계관리제, 사외이사 등의 내부 통제장치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준법지원인 제도 의무화는 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고 주장했다.
전 본부장은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경제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준법지원인 적용대상 기업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시행에 앞서 시범적인 운영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자산 규모 3천억원 이상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유가증권 상장사의 과반수 기업(53.1%)이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시행 4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윤리적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중견기업인연합회도 "적용 범위를 설정하는데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법조계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한 제도"라며 "시행령이 적용되면 자산 3천억원 이상의 상장사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적용범위를 감사위원회 설치 규정과 동일하게 자산 2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