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노트북, 스마트폰 등 외산의 A/S 문제는 늘 도마에 오른다. 일부 기업들이 A/S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외산 A/S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여전하다.
166년 전통 독일 프리미엄 주방용품의 명가로 알려져 있는 휘슬러(Fissler)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휘슬러 매장에서 28만원대 후라이팬 제품을 구입했다는 직장인 A씨는 볶음요리를 할 때 연기가 너무 많이 나는 문제로 A/S를 요청했지만, 한달이 넘도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구입한 후라이팬으로 가끔 계란후라이만 하다가 한달여 후 버섯·양파볶음 등을 했는데, 눈이 매워서 힘들 정도로 연기가 많이 나는 문제를 겪었다. 재료를 바꿔보거나 기름의 양, 불의 세기 등을 조절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11월 중반 매장을 직접 방문해 교체를 요청했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A/S 자체가 없다고 일관했다. A씨가 연기가 너무 많이 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직원 B씨는 '테스트를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제품을 맡기고 돌아갔는데, 결과적으로 제품을 '볼모'잡힌 셈이 됐다.
A씨는 "그날 오후 8시가 넘어 그 직원이 연락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당시 전화 벨소리를 듣고 가방에서 꺼내려는데 끊어졌고, 모르는 번호고 해서 전화를 걸지 않았다. 신호를 3초 정도만 보내고 끊는 경우가 어디있나. 통화료가 아까우니 전화를 해달라는 것인지, 고객의 요구대로 연락을 하기는 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A씨는 직원 B씨로부터 1주일정도 후에야 연락을 받았다. 3초후 끊을까봐 최대한 빨리 받았다고 한다. '연락을 했었는데 고객님이 받지 않았다'며 말문을 연 직원 B씨는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해봤으며, 연기가 나지 않고 하자가 없다'고 했다. A씨가 연기가 분명히 나는데 하자가 없다고만 주장하느냐고 하자, B씨는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동영상을 믿을 수는 없지 않느냐. 기본적으로 넓고 환풍이 잘 되는 백화점과 가정집은 여건이 다르다"며 "그래서 직원에게 새 제품과 내가 맡긴 제품의 비교를 요구했는데, 직원은 그건 안되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썼던 제품과 비교해서 보여주겠다고만 했다. 제품이 한두달만 써도 새 제품에 비해 연기가 많이 날 수 밖에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든지, 고객을 사기꾼으로 보는 것 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직원이 말도 안통하고 죄송하다는 말은 단 한번도 안하더라. 본사에는 대책이 있을까 싶어 직원에게 본사(휘슬러코리아)에 말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 직원은 하자가 없으니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소용은 없겠지만 본사에 얘기는 해보겠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정말 연기가 나지 않으면 내가 왜 본사에까지 요청하려 하겠냐"고 말했다.
또 1주일 정도가 지난 후에서야 A씨는 본사라고 하는 곳에서 연락을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하자가 없다',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A씨는 "하자가 있는 제품인데도 무조건 없다고만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매장 뿐 아니라 본사에 의뢰한 이유가 없겠느냐"며 "무조건 문제가 없다고만 하면 고객으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교환을 바란다는 입장과 함께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로 소식이 없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참다못한 A씨는 지난 28일 롯데백화점 고객상담실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고, 직원 B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씨는 "그 직원이 오히려 '고객님이 직접 연락하겠다고 했다면서요' 라고 하더라. 본사가 내 연락을 기다렸다며 자기가 1주일 전에도 본사에 얘기해봤다고 큰소리쳤다"고 토로했다.
또한 "직원이 본사에 다시 알아보고 연락 준다더니, 오늘(29일) 다시 전화해서 한술 더뜨더라. 직원은 '본사에서는 고객이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고 했다'고 하면서 계속 우기기만 했다"며 "내가 무엇을 처리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분명히 교환을 요구했다. 직원은 본사 핑계만 대고, 본사는 '배째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A씨는 시간과 발품, 통화료 등만 허비했고, 남은 것은 스트레스와 제품 및 회사 측에 대한 불만과 불신 뿐이다. 후라이팬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찾아가든 말든 제품을 돌려줄 생각은 안하고…창고에 처박아뒀겠지 매장에 전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테스트도 마구잡이로 했을지도 모르고, 직원 말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 썼던 제품을 대체 왜 가지고 있는가. 그러면 이름을 써둔 것도 아니니 내가 맡긴 제품하고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런데도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품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냐"며 하소연했다.
또 "하자가 있어도 바꿀수가 없으니 고객으로서는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다. 마트에서 비싸야 3~4만원하는 후라이팬도 아니고 메이커고 백화점에서 샀는데도 이러나 싶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