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겨울철 전력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다시 중지되면서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에 대한 전력당국과 시민들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4시 24분경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1호기의 발전이 정지됐다. 올들어 처음 일어난 원전 발전 정지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원전이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원자력출력 100%, 터빈출력 694MWe로 정상 운전되다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 4대 중 1대의 쓰러스트(축방향) 베어링에 고(高)온도 신호가 들어오면서 원자로 가동이 자동으로 멈췄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냉각재펌프는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회전하면서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회전시 베어링에서 발생하는 열이 적정 한계온도인 110도를 넘어가 가동이 자동정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원자로는 안전하게 정지된 상태로 방사성 영향은 없다"며 "정확한 온도 상승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는 현장 확인 결과, 원자로 가동을 정지시킬만큼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으나 온도감지장치가 오작동하면서 원전 가동이 정지됐다고 확인했다.
국내 유일한 가압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원전 1호기는 67만9천㎾ 발전용량으로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설비 보수 문제로 지난 2009년 4월 가동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7월 재가동에 들어갔었다.
한수원은 자세한 정지 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한 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처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발전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원전은 중수로여서 일단 가동 정지되면 독(毒)물질이 생겨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 사고시점 기준으로 최단 40시간은 지나야 해 발전 재개 시기도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장 빨라야 13일 밤늦게 발전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로써 울진 4호기(발전용량 100만㎾), 신고리 1호기(100만㎾)까지 합쳐 모두 3기의 원전이 발전을 멈추게 됐다.
울진 4호기와 신고리 1호기는 각각 4월 23일과 2월 16일경에 발전이 재개된다.
따라서 전력당국이 전력피크를 가장 크게 염려하고 있는 1월 중순을 발전용량 267만9천㎾ 없이 지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일단 지경부와 전력당국은 전력수급에 비상을 걸고 수요관리를 통해 가능한 한 예비력을 500만㎾ 이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사전 계약을 맺은 대규모 산업체의 긴급감축을 위한 수요관리시장 개설로 이날 하루 최대 110만㎾ 용량을 확보하고 절전 규제로 최대 300만㎾ 예비력을 추가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KCC 등 500개 업체가 이달 두번째와 세번째주에 20% 이상 절전 중이다. 평시에는 5%만 감축하고 이 기간 다른 업체에 비해 절전 비율을 높인 것이다.
또 GS칼텍스 등 비상발전기 보유업체들은 비상발전기 가동을 확대하고 주물업체들은 순번 휴무에 나서고 있다고 지경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