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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중고생 등교패션… 유행 따라 입으려면 100만원도 부족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중·고교생이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 등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과 신발, 가방으로 등교 복장을 갖추려면 100만원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서울 용산구의 교복 판매점을 대상으로 인근 고교의 교복 가격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 동복 기준으로 와이셔츠 한 장을 추가할 때 소매가격이 30만원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중·고교생 사이에서 '또 다른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점퍼는 학생들이 많이 입는 모델인 '눕시 재킷'은 25만원이었고, '써밋 카켓'과 '히말라야 파카'는 가격이 무려 47만원, 69만원이나 된다.

신발로는 '뉴발란스'와 '나이키', '컨버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뉴발란스와 나이키의 가격은 10만원대 초중반이고, 컨버스는 5만~6만원대다.

가방은 '빈폴'이나 '이엑스아르'(EXR), '키플링' 등이 유행인데, 가격은 10만~30만원선이다.

결국 중·고교생이 유행하는 브랜드 제품으로 등교 복장을 갖추려면 최소 70만원이 들고, 100만원도 훌쩍 넘는다.

특히 중·고교생들은 교복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패션으로 자신을 꾸밀 수 있지만 대부분 똑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성적 일변도의 평가 시스템이 가져온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한국처럼 학생들이 똑같은 브랜드를 입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존감이 높다면 옷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탓에 모두가 같은 옷을 따라 입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성적 위주의 교육을 지향하지 않는 대안학교에 가보면 노스페이스를 입은 학생이 눈에 덜 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옷을 잘 입는 법'에 대한 교육이 사회적으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32·여)는 "학생의 복장과 용모를 제한하기만 한 기존 방식의 지도가 되려 통일된 브랜드를 입도록 조장했을지 모른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입어야 단정하면서도 개성 있고 맵시 있게 옷을 입을 수 있는지를 학교 차원에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러한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다양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교육심리학) 교수는 "한국은 '얼마나 공부를 잘 하느냐'와 '얼마나 버느냐'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며 "음악이나 미술을 잘한다거나 대인관계가 좋다는 등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이 발현되고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노스페이스 문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