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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외환은행 치욕의 날"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7일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날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밀실야합 불법합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 복수 노조로 작년 9월에 발족한 외환은행 민주노조(이하 민주노조) 등 일부에서는 론스타 문제를 과거로 국한할 수는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상달 민주노조 위원장은 "그간 전 직원들은 론스타에 불법매각된 외환은행을 원상회복하고 독자생존을 쟁취하기 위해 추운 길바닥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적 투쟁을 전개해 왔건만, 고작 돌아온 것은 전 직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일방적 합의문 발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45년을 국민과 함께 보낸 외환은행 역사에 최악으로 기록될 치욕적인 날이다. 누가 은행의 운명을 과거의 문제로 덮을 권한을 줬느냐"며 "어떻게 은행 운명을 결정하는 사안을 사전에 조합원 및 비조합원, 부점장 등 전 직원들의 의견도 묻지도 않고 (김기철) 노조지부장 단독으로 밀실야합해 도적떼들과 얼렁뚱땅 결정한단 말이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원천 무효임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날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협상 타결과 함께 "론스타 문제나 이전에 주장했던 부분은 과거의 문제가 돼야 한다"며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합의안에 담긴 정신을 실현하는 쪽에 주안점을 둬야함을 분명히 했다. 

합의의 핵심은 하나금융지주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외환은행 노조는 자회사로 편입된 은행의 경영정상화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것이다.

물론 외환은행 노조 측이 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독립성 확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독약이 될 수 있다. 또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투기자본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노조의 이번 합의에 대해, 오히려 외환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론스타 사태에 대한 실체 규명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외환은행의 참된 독립적 경영은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하나금융을 경영주로 받아들이는 타협을 통해서가 아니라 외환은행을 지키려는 국민들과 함께 '론스타 게이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에 근거해 외환은행을 되찾기 위한 운동을 배가함으로써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외환은행되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 등 시민단체들도 론스타 게이트의 의혹 규명과 피해배상 등 론스타 문제는 사회적으로 전혀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범국본은 "정체불명 뭉칫돈 6350억원 투자금의 몸통과 차가명(借假名)을 동원해 국내외에서 투자한 대기업들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며 "검찰은 환전전표를 제출치 않고 있는 HSBC 서울 등 외국계 은행을 즉각 압수수색해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전날 정체불명 뭉칫돈 6350억원으로의 '투자자 바꿔치기'라는 하자가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고의로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결국 이 사실을 인정하고 마지못해 12월 국회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이마저도 조작된 서류였음이 밝혀진 상태다. 

심상달 민주노조 위원장은 "엎질러진 물이라며 한탄만 하며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며 "아직 산업자본 은폐관련 검찰수사와 주총 무효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고, 향후 정체불명의 론스타 투자금 6350억원에 대한 특검 등이 국회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우리 의지에 상관없이 론스타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은 불 보듯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