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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비 반환소송, 키코처럼 끝나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은행에서의 담보대출시 근저당 설정비를 부당하게 부담했다며 이를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6일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문제의 핵심은 은행과 고객 사이의 개별약관이 불공정한가에 대한 것이다. 법원에서 판단했던 부분은 전반적인 거래관행에 관한 표준약관의 공정성이었다.

소송단의 입장, 즉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은 은행이 고객에게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시킬 근거가 없으며 그럼에도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은행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근저당비는 은행의 수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등록세는 법원으로, 법무사 비용은 법무사에, 감정평가사 비용도 그쪽으로, 인지세 역시 지방자치세 등 은행이 수입으로 잡는 부분이 없고 대신 수납해주는 것이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비용부담 관련 항목에 대해 은행과 고객이 '흥정'을 했다면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따질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법률 관계자는 "키코(KIKO·환헤지 파생상품)를 유사 사례로 볼 수 있다. 최초 소송 단계에서는 불공정 약관이다 해서 공정성 심사를 했지만, 상급심 올라가면서 불공정 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 근거는 흥정을 했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광진 전국은행연합회 법무팀장도 "대법원에서는 당사자간 흥정·교섭을 했다면 불공정 약관이 아니라고 보고 있고, 실제로 그러한 판례가 많다"며 "은행들은 고객과 흥정·교섭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약관법상 불공정행위 규제의 잣대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의 설정비 부담 자체가 무효로 해석되더라도 은행은 고객의 설정비 부담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에 상응하는 금리할인,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으므로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거나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했던 기존 표준약관은 설정비 부담 여부를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고객은 여러가지 대출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유의사에 의해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순우 신한은행 준법지원부장은 "대출을 빨리 상환하고 싶어하는 고객이 의외로 많고, 대부분 빨리 상환하는데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느낀다"며 "수수료를 면제받거나 감경받길 원해서 설정비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빨리 갚겠다고 하는 고객도 있고, 이자가 높아도 좋으니 은행에서 설정비 다 부담하고 오랫동안 사용하겠다는 분들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근저당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른 금리차이는 대체로 0.2% 정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고객이 설정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1년이내에 상환하는 경우 대부분 0.5% 감면됐다.

고객들이 일방적으로 설정비를 전부 부담했거나 선택권이 배제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각 은행별 근저당비 고객 부담률은 53%, 은행 부담률은 47%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2007년 한해와 2008년 7월~2009년 12월까지 총 2년반동안 모든 담보대출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또한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초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7개 주요도시 1000명의 응답자 중 74%가 설정비 부담시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출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은행이 설정비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