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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과 추억속으로 산책하기

슬링키벤치_안형재
슬링키벤치_안형재

 

6인의 디자이너 서랍에 추억을 담아내다


가구와 추억이 어우러진 놀라운 시간여행이 펼쳐졌다.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한국공예·디자인 문화 진흥원(kcdf) 갤러리에서 슬로우 퍼니처 서랍전이 열렸다.


무한한 추억을 갖고 있는 서랍을 주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회에 국내 실력파 가구 디자이너 6인이 뭉쳤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은 전시된 가구 속에서 추억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가구에 시간을 입히고 거기에 들어있는 서랍을 천천히 끌어당기면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나마 어릴 적 자신의 방에 놓인 책상서랍과 마주한다. 서랍 안에는 추억이 그득 담긴 필통, 인형, 일기장, 지우개, 구슬 등이 들어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전시회에서는 서랍을 주제로 펼쳐놓은 가구들의 변신이 저마다 이채롭다.

큐브 스툴_안형재
큐브 스툴_안형재

 

안형재 디자이너의 뱀처럼 S모양으로 굽어졌다 펴졌다 하는 슬링키 벤치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품의 양 끝에 서랍을 조화시켜 관람객에게 가구의 변신에 대한 상상의 범위를 확장시켜 준다. 그 뒤로 전시된 작품은 커다란 큐브를 형상화해 하나하나의 면에 서랍을 넣어 다양한 각도로 변형이 가능한 서랍들을 재배열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서랍에 얽힌 수많은 추억들을 공간에 따라 재배열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안 디자이너는 “가구 속에 추억을 입히는 것은 그만큼 가구가 사람과 한 공간을 오래 공유하기 때문이다”며 가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다이닝체어 김선아
다이닝체어 김선아

 

김선아 디자이너의 다이닝 체어는 편안하고 심플한 의자의 양 옆에 각각의 서랍을 배치해 의자와 수납공간의 적절한 조화를 꾀했다고 강조했다.

김 디자이너는 “서랍은 가구 구성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며 가구를 빛내는 장치로 서랍을 소개했다.

옷정리장_김명호
옷정리장_김명호

 

김명호 디자이너가 선보인 옷걸이 장은 5폭의 병풍을 한지로 만들어 장에 새긴 듯 입혔다. 그로인해 옷걸이 장이 갖는 가구 본연의 모습이전에 거대한 그림액자처럼 구성된 아름다움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핑거브릿지체어_고영규
핑거브릿지체어_고영규

 

핑거 브릿지 체어를 통해 고영규 디자이너는 다리의 구조위에 가볍게 얹어졌던 표면이 전체구조를 지탱해주는 주축이 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보다 얇은 표면이 전체의 구조가 되면서 실제로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준다.


캐비넷_이경원
캐비넷_이경원
 
이경원 디자이너가 소개한 캐비넷은 앞에서 여는 수납장의 기본 구조를 바꾸어 옆쪽에서 열리는 열림 구조를 시도했다. 또 문짝에도 공간을 구성하여 그릇을 세워서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보다 실용적인 수납을 위한 공간 창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락 논_박연규
다락 논_박연규

 

마지막으로 박연규 디자이너가 선보인 다락 논은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논의 풍경을 모티브로 삼았다. 적 참나무로 만들어진 작품 속에는 원목의 나뭇결과 여러 가닥의 하얀 선이 서로 어우러져 산 위에서 내려다본 시골의 모습을 아름답게 연출했다.


6인의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소비하는 상품이 아닌, 삶을 꾸며가는 동반자 개념의 가구를 추구한다. 가구는 나무가 자라는 시간, 만드는 사람의 시간, 사용하는 사람의 시간 등 3가지 시간의 축을 필요로 한다. 각 시간의 축을 길게 잡았을 때 제대로 된 가구가 탄생하고, 쓰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복기 기자 leeb@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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