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4700억원대의 세금(법인세) 추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세율 낮은 국외 자회사에 소득을 몰아주는 이전 가격 조작을 통해 세금 넙부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3월 중순경 삼성전자에 4700억원대 세금 추징액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7년 하반기 국세청 정기조사 때 받은 180억원보다 20배 이상 많은 역대 최대 액수다.
세금 추징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은 본사와 해외 자회사간 거래 가격인 ‘이전 가격’이 정상 거래가격과 차이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가격 조작은 아일랜드(12.5%)나 아이슬란드(15%),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이상 19%)와 같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재한 자회사 등 특수관계 법인에 소득을 몰아줌으로써 전체 납부 세액을 줄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율은 24%다. 미국(39.21%)과 일본(39.54%)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 최고율이 더 높다.
이전가격 조작은 본사가 물품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있는 자회사에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자회사로부터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방법으로 많이 이뤄지며, 이런 거래를 통해 본사의 소득이 국외 자회사로 이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사와 계열사간의 지급보증 관계 등으로 인한 세금 탈루도 이번 조사에서 일부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의 지급보증으로 저율의 차입을 한 자회사가 본사에 정상 수수료보다 적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방식인 지급보증도 이전 가격 조작의 단골수단이다.
국외 특수관계 법인간 거래가 많은 대기업은 이전거래 가격 조작의 혐의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낮은 국가에 상당 부분 납세하고 있다.
국세청은 삼성전자가 이번에 세금을 추징당한 것은 세무회계와 기업회계 간 기술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삼성전자가 조세관련 법을 위반하지는 않은 만큼 형사고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연간 매출이 워낙 크다 보니 세무 항목에 대한 이견이 한두 개만 생겨도 추징액이 수천억원대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추징액은 역대 최고 금액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 당시 삼성전자 100여개 해외 자회사가 현지금융을 조달할 때 신용등급이 높은 본사의 지급보증을 받으면서 본사에 지급한 ‘해외지급보증수수료’,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거래 가격인 ‘이전 가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거액의 세금 추징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추징액이 얼마나 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국세청 조사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이전 가격은 (국세청과 우리의) 시각 차이가 있기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29일까지 약 7개월간 삼성전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두 차례나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교차 조사를 진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교차 조사란 해당 기업이 있는 지방국세청이 아닌 다른 지방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국세청과 기업의 유착관계를 견제하기 위해 실시한다.
삼성전자 본사(수원)을 담당하는 관할청인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 조사를 직접 실시했다.
한편, 그동안 국내 기업에 대한 최대 규모의 추징은 1999년 한진그룹에 부과된 5416억원이었다.
국세청은 당시 항공기 리베이트 수수과정 등에서 탈루소득 1조895억원을 찾아내 사상 최고 탈루액과 추징액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당시 대한항공 회장)과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당시 부회장)은 법원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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