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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하나금융, 미래저축銀에 '이상한 투자'…손실 불가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여신 및 투자에 있어 보수적인 하나금융그룹이 미래저축은행에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나금융 자회사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당시 145억원을 투자했던바 있다. 문제는 투자대상 및 방식으로, 금융당국은 투자배경 및 손실정도 파악을 위해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 중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 결국 얼마전 3차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이 정지됐다.

여기에 하나캐피탈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유상증자에 담보를 설정했다.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담보대출 형태로, 미래저축은행 서초동 사옥 및 은행 소유의 그림 5점과 김찬경 회장 등의 주식, 서울 압구정동 소재 아파트 등을 담보로 잡은 것이다.

물론 미래저축은행 측이 지분을 되사는 조건, 즉 풋백옵션을 걸었다. 하지만 일단 그림은 담보가치 평가가 어려워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건물의 경우 감정가를 웃도는 근저당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어, 담보 효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김찬경 회장과 김승유 前 하나금융 회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010년 7월 하나은행이 김찬경 회장 소유로 알려진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을 18억원에 사들였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이 미래저축은행 증자 참여를 결정하면서 하나은행 대신 하나캐피탈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조사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하나캐피탈은 지난 3월 경매에서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 및 '노상의 여인들'을 11억2000만원에, 지난 11일 담보로 잡았던 톰블리의 '볼세나'를 약 73억원에 매각하는 등 담보권 실행을 통해 증자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 중이다.

회사 측은 담보를 통해 투자금액 중 70~80%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하고 편법적인 투자로 회사가 손실을 입은 만큼, 사안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