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국내 은행들이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은행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면 이들 은행이 채권 회수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에서 유동성 경색에 대비해 유럽계 은행에서 빌려오는 외화 규모를 크게 줄이고 차입선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외화 차입선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일본, 홍콩 등이다.
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유럽계 차입금은 549억달러로 국내은행(외국계 은행 지점 포함)의 총 차입금 2천42억달러의 27% 수준이다.
지난해 6월 말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33%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급감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지도와 은행권의 차입선 다변화 노력으로 유럽계 차입금이 꾸준히 줄어든 결과다.
4대 시중은행도 유럽계 차입 비중을 지난해 중반의 30%선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국민은행은 4월 말 현재 유럽계 차입금이 4억 달러 수준으로 국내 대형 은행 가운데 유럽계 자금 차입 비중이 가장 낮다.
이는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채권발행 제외) 정도에 불과하며, 채권발행 분까지 포함해도 20% 이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럽계 자금 비중을 꾸준히 낮췄다. 특히 유로존 위기 이후에는 유럽 자금
차입을 억제하면서 조달 통화를 다양화했다"며 "2월에 사무라이본드 300억엔을 발행했으며 앞으로도 아시아권에서 채권 발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4월 말 현재 전체 외화차입금에서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에서 빌린 유럽계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다.
특히 유럽발 재정 위기가 악화됐을 경우 예상되는 갑작스런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비해 심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나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차입한 외화 규모는 매우 낮은 선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독일과 영국계 은행은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신용 한도도 유지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유럽계 차입 자금을 매달 축소한 결과, 유로존에서 빌린 돈과 발행한 채권이 전체 차입과 채권의 25%선으로 떨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유럽계 자금 차입은 자제하되 하반기에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국내 은행들도 사무라이채 시장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은행권 평균(20%선)보다 다소 높은 상태지만, 최근 들어 차입선을 아시아 지역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 3월 딤섬본드 6억2천500만위안(1억달러)을 발행했고 7월 초에는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