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태훈 기자] 건설업 전반에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는 마당에 중견건설사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 신용등급의 비우량 건설사들이 고금리 회사채 발행까지 무릅써 가며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19일자 건설 및 신용평가업계 추산 건설사 의무상환 회사채 금액 총 1조8천380억원 중 올해 두산건설 미상환 회사채 잔액은 4194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동부건설 2천250억원, 한화건설 1천600억원 순이다.
이에 두산건설은 최근 신용등급이 'BBB+'로 한단계 내려간데 따른 대규모 채권상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해 오는 21일 만기를 1년, 1년6개월, 2년으로 각각 나눠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동부건설은 올 연말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회사채 만기가 줄을 이을 예정이며 한화건설은 내달 22일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장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사가 줄도산으로 외부자금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을 고려할 때 회사채 발행을 확정한 것만으로도 매우 성공적이다"란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국내 건설사 발행금리를 보면 어려운 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산건설의 만기별 회사채 발행금리는 이번에 △1년 7.20% △1년6개월 7.60% △2년 8.00%로 각각 확정됐다.
반면 국내 대표 3대 민간신평사 평균 신용등급이 동일한 회사채 유통금리는 지난 11일(두산건설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 접수일) 기준 △1년 5.17% △1년6개월 5.65% △2년 6.10%에 각각 거래됐다.
이와 비교하면 두산건설 회사채는 시장 유통금리보다 1.90~2.03%포인트나 높게 발행된 것. 해당 신평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그만큼 리스크를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가 발행금리를 높여야 매수에 나서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이렇게 고금리 회사채 발행이라도 가능한 곳은 형편이 낫다. 그룹 후광에 기댈 곳이 없는 건설사들은 발행 자체가 중단된 실정.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A~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만 매수하도록 내부 규정이 정해져 있어서 매수세가 끊긴 탓"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신용등급 'A' 이상인 우량 건설사 'GS건설(1000억원)', '대우건설(2500억원)', '롯데건설(1200억원)'도 각각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