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저축은행들이 부실 사태로 허덕이고 있을 때 회사 경영을 책임진 임원 중에는 억대 연봉을 챙긴 사람도 있었다.
금융권에서 `삼성'의 연봉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증권 등에서 사실상 1위를 석권했다.
은행은 수천억원대 순익을 내는 외국계가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토종보다 등기임원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 대조적이었다.
◇ 임석 솔로몬저축은행[007800] 회장 연봉 4억대
최근 정ㆍ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부상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작년 6월 끝난 2010회계연도에 4억1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 저축은행은 2009년도에 1천93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10년도에도 1천266억원 적자를 봤다.
이처럼 수천억원 적자를 내고도 임원들이 억대 연봉을 챙긴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제일저축은행은 2010년도 4천744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등기임원 3명에게 1인당 3억원을 지급했다.
또 토마토(2억3천500만원), 현대스위스2(1억5천200만원), 진흥(1억6천만원), 경기(1억700만원) 등의 저축은행도 회사가 수천억원 적자로 몸살을 앓을 때 등기이사들은 억대 연봉을 챙겼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큰 문제가 된 뒤 대형 저축은행 경영진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줄줄이 쓰러진 것이 우연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씨티, 외환, SC 등 외국계 은행들이 토종 은행들보다 임원에게 연봉을 많이 줬다.
씨티은행이 작년 하영구 은행장 등 등기이사 2명에게 지급한 연봉은 1인당 평균 8억1천300만원으로 은행 중 1위였다.
하나은행이 7억7천1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5억원이 넘는 곳은 외환은행[004940](7억4천400만원), SC은행(5억5천800만원) 등 외국계였다.
신한은행이 3억8천700만원이었고 뒤이어 기업은행[024110] 3억4천200만원, 국민은행 3억500만원, 우리은행 2억8천300만원 순이었다.
◇ 보험 `삼성의 힘' 과시
보험사 중에서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통틀어 삼성생명[032830] 임원의 1인당 평균연봉이 48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당시 삼성생명의 등기이사는 박근희 사장, 임영빈 전 전무, 김상항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은행, 증권, 카드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다.
더구나 전년보다 회사의 순이익이 1조5천673억에서 9천473억원으로 대폭 줄었는데도 평균 임금은 세 배가량 올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작년 순익이 크게 감소한 것은 2010년 삼성생명을 상장하면서 그간 상각 처리했던 서울보증보험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상환함에 따라 발생한 일회성 특별이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삼성 계열인 삼성화재[000810]는 1인당 평균연봉 증가율이 가장 커 `삼성 패밀리'의 위용을 과시했다.
작년에 이 회사의 등기이사는 2명으로 1인 평균 39억원의 임금을 받았다. 이는 전년(10억원)보다 295.2%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의 작년 순이익(7천845억원)이 2010년(6천764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대섭 전 사장 등이 올해 2월 퇴임할 때 퇴직금과 장기성과금이 지급돼 평균 연봉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IG손해보험[002550]은 순이익이 2010년 944억원에서 작년 2천144억원으로 127.2% 늘었는데도 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2억원으로 전년(16억원) 대비 26.8% 줄어 대조를 이뤘다.
◇ 미래에셋證 21억 압도적 1위
국내 10대 증권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037620] 고위임원의 평균 연봉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등기이사 3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1억1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등기이사 3명이 평균 12억2천100만원을 받은 업계 2위 수준의 삼성증권[016360]과 비교해도 2배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35억3천300만원 가량의 자사주가 포함돼 평균 지급액도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작년 미래에셋증권의 등기이사는 최현만 수석부회장, 조웅기 사장, 김신 전 부사장(현대증권[003450] 사장) 등 3명이다.
최 부회장의 특별상여금을 빼고 집계할 경우 평균 지급액은 9억3천30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전년(8억8천만원)과 비슷했다.
삼성증권도 등기이사 3명의 평균 연봉이 12억을 넘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일시적인 상여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업계 1위다.
현대증권과 대신증권[003540]은 각각 8억3천600만원, 8억3천만원으로 3, 4위를 차지했다. 작년 결산 당시 현대증권의 등기이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승국 전 대표이사 등 3명이다.
대우증권[006800]은 유일한 등기이사인 임기영 전 사장이 2010년에 8억4천400만원을 받았고 작년에는 6억100만원을 챙겼다. 신한금융투자는 대형 증권사 중 가장 적은 1억3천900만원이었다.
◇ 카드 `삼성ㆍ현대' 양강
전업카드사 가운데 삼성카드[029780]와 현대카드의 등기이사의 연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카드의 등기이사는 최치훈 사장과 현성철 부사장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14억3천400만원에 달했다.
현대카드의 등기이사는 정태영 사장 등 2명으로 12억7천200만원을 책정해 삼성카드 다음으로 많았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6억3천200만원으로 현대카드 등기임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카드의 유일한 등기이사인 박상훈 사장은 2억8천600만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연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