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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환기업 등 36개 기업 구조조정… 건설사 절반

[재경일보 조영진 기자]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29위 삼환기업과 자회사 삼환까뮤 등 상장기업(코스닥 포함) 6~7개를 포함해 대기업 36개사가 올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업종별로는 건설 17개사, 조선 1개사, 해운 1개사, 기타 17개사 등이다.

특히 대표적인 경기취약 업종인 건설사가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기업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건설사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인해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돼 이번에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생각보다 선정된 기업이 많다며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36개 업체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4조8000억원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되면 산업 경제 부문의 후파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1806개 대기업 가운데 549개사를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36개사를 구조조정대상인 C등급과 D등급으로 분류했다.

C등급은 채권단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약정을 맺고 워크아웃을 통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C등급에 해당하는 회사는 건설사 5곳, 조선사 1곳, 반도체 2곳, 디스플레이 2곳 등 15곳이다.

D등급은 채권단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D등급에 해당하는 회사는 건설사 12곳, 해운사 1곳, 반도체 1곳 등 21곳이다.

평가대상업체가 늘어난 데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 악화와 건설업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C·D 등급을 받은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4곳 늘었다.

최인호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 팀장은 "구조조정 대상이 늘어난 것은 경제 상황이 악화된 데다 최근 실적이 나빠진 건설 등 취약 업종에 대한 평가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하반기에 건설 경기와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면 추가로 워크아웃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36개사에 금융권이 빌려준 돈은 4조8천억원으로, 은행이 4조1천억원, 보험 2700억원, 저축은행 13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1600억원 등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더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때에 대비해 쌓는 돈)은 총 1조1천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시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0.08%포인트, 저축은행은 0.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감원은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을 선정해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신용위험평가는 금융 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2009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 삼환기업·삼환까뮤·세광조선 포함


금융 당국은 해당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견 건설업체인 삼환기업과 삼환까뮤, 세광조선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국내 주택사업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견 업체들이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도 대부분 무리하게 주택사업을 추진하다가 PF 이자와 원금 상환부담에 시달렸었다.

삼환기업은 1952년 설립돼 60여년간 30위권 건설사 자리를 지켜왔지만, 주력인 토목공사 수주가 줄어든 데다 해외 건설 시장에서도 실적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99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부터 사업 부지 등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 초까지 1850억원 정도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했지만 올해 초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악전고투하다 결국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소공동 6000㎡ 규모 토지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9년 이후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미 100위권 이내 건설업체 20여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지만,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구조조정 대상 선정 이전에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26위인 벽산건설이 지난달 26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부진과 자금유동성 부족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었다. 벽산건설은 지난 2010년 6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또 현재 작년 이후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 중인 건설사는 진흥기업과 고려개발이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중인 건설사는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범양건영, 임광토건 등이다.

벽산건설과 같이 채권금융기관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이나 부실기업으로 분류돼 비자발적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풍림산업, 삼호, 우림건설, 이수건설, 신일건업, 월드건설, 동문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한일건설, 중앙건설 등이다.

대한건설협회 조사결과,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현재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는 총 21개사였으나 당장 이번 조치로 23개로 늘어나게 됐다.

▷ 건설업계 "예상보다 구조조정 대상 많아" 침울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7개 건설사 중 5개 건설사는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고, D등급을 받은 나머지 12개 건설사는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될 전망인데, 건설업계는 최근 경남기업과 남광토건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잇따르는 등 건설사 경영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3~4개 정도만 이름을 올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구조조정 대상이 많다"며 "17개라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자금이 묶인 업체는 거의 다 넘어간다는 의미"라고 탄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17개 건설기업 가운데 2개사는 건설사, 15개사는 시행사로 분류되지만 15개 시행사가 보유한 사업장의 상당수에 건설사들이 PF 보증을 섰거나 시공참여를 했을 것으로 예상돼 이들 건설사들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편,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은 앞으로 토지 등의 유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건설 수주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건설사가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공공 발주물량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김석동, "건설업 유동성 지원 종합대책 만들 것"

이런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건설업과 관련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만들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 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실물경제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서민경제에 파장이 큰 중소건설업을 중심으로 조기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에 대한 지원을 서로 떠넘기는 바람에 회생 가능한 회사가 결국 무너지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해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들이) 나만 살겠다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안 된다"며 "그간 어떻게 운용해왔는지 살펴본 뒤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무진에) 조기에 지원을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