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제2금융권 연체자가 급증하면서 '제2금융권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제1금융권인 은행권 가계대출을 규제한 결과 풍선효과로 인해 제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국내외 경기 악화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로 연체율 상승률이 은행권 상승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어 대출이자율 인하 등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금융권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 대출자 중 30일 이상 연체자의 비율은 지난해 1월 4.5%에서 올해 5월 5.6%로, 상호금융사는 3.7%에서 4.1%로 증가했으며, 특히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은 6.1%에서 8.2%로, 12.2%에서 14.9%로 각각 2%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연체율이 2.2%에서 2.3%로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강력한 규제한 결과로 인해 나타난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가계빚이 급속히 늘어난 상태여서 앞으로 연체율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455조9천억원에서 올해 5월 456조7천억원으로 8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83조7천억원에서 186조원으로 2조3천억원이나 늘어 증가폭이 시중은행의 3배에 달했다.
물론 가계대출이 늘어나도 갚을 수만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제2금융권 가계부채는 이자가 높은 데다 대부분 경기상황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2금융권 이용자는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거나, 은행 대출한도가 꽉 차서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서민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물가 급등과 실질소득 감소, 자영업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빚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2011년 가계금융 조사'를 보면, 순자산 하위 20% 가구의 평균 신용대출은 2010년 882만원에서 지난해 1098만원으로 24.5% 급증해 상위 20%의 신용대출(774만원)보다 더 많았다. 카드대출은 순자산 상위 20%가 17만원이지만 하위 20%는 119만원에 달한다.
결국 제2금융권 가계부채 증가는 형편이 어려운 서민층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순자산 하위 20%의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평균 24.5%에 달해 이들은 벌어들인 돈의 무려 4분의 1을 빚 갚는데 쓰고 있는 상태다. 소득이 줄어들면 이 비율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가계파산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최근 가계의 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카드 돌려막기' 사례가 많이 늘어난 것도 부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금융취약계층'으로 부를 수 있는 서민층의 연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출이자율 인하나 부채상환기간 조정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