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금융사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파문이 한국 은행채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며 투자유보를 제시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지난 4월 이후 대부분 `비중 확대'를 추천했던 해외 한국물에 대한 투자의견을 최근 `중립'으로 조정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CD 금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한국 은행채에 대해서는 투자의견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CD 금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SBC는 한국계 은행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모두 `중립'으로 제시했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서부발전 발행 채권에 대해서만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비교적 우량한 한국의 시중은행 채권에 최근 매수가 몰려 금리가 하락한 것도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JP모건과 영국 금융전문지 IFR는 "한국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차이가 크게 축소됐다"며 한국 시중은행의 외화채권에 대해 `비중축소'를 권유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윤경 연구원은 "해외 한국물은 이달 들어 발행 증가와 신용 위험 하락 등으로 호조세를 이어 갔지만 최근 발행
여건이 악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여름 휴가철에 유통시장 거래량이 감소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로 금융시장에 피로가 누적된 것도 급격한 투자 심리 변화와 발행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들은 대신 한국계 신용부도스와프(CDS)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5일 현재 131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로 지난달 말의 123bp보다 8bp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 국채의 CDS 프리미엄이 각각 2bp, 3bp 오른 데 비해 큰 상승폭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를 내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파생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높아질수록 CDS 프리미엄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