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아내의 불륜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거실에 틀어놓고 동영상 장면을 인화한 사진을 자녀에게 보여준 남편에 대해 법원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받아야 할 위자료를 깎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손왕석 수석부장판사)는 아내 A씨와 남편 B씨가 낸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위자료 1천만원을 줄여 "A씨가 B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가사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불륜을 저질렀고, 동영상 유출로 가족의 명예가 실추됐는데도 반성하기보다 B씨를 고소했다"며 "혼인의 파탄에 더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B씨 또한 자녀에게 동영상 소리를 듣게 하고 인화한 사진을 보여주는 등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며 "A씨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2천만원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불륜의 정도가 성관계에 이르고 각자 나누기로 한 재산이 1억7천만원 정도라면 위자료 액수는 통상 3천만∼4천만원"이라며 "남편의 처신에도 잘못이 있다고 보고 위자료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초 결혼한 아내 A씨와 남편 B씨는 신혼 초부터 소원했다.
초혼인 A씨가 재혼인 B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대화의 문이 닫혔다. 부부관계는 아내가 남편의 반대를 무릅쓴 채 성형을 하고 인터넷 동호회 활동에 심취해 가사를 소홀히 하면서 급격히 나빠졌다.
A씨가 부모 병원비를 못 부치겠다고 하자 화가 난 B씨는 매달 190만원씩 주던 생활비를 100만원으로 줄였고 집안 분위기는 더 냉랭해졌다.
급기야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하며 찍은 영상이 외부에 유출된 사실을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전해듣게 되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동영상을 받아 본 B씨는 친정에 알리겠다며 A씨를 협박하고 폭행했다.
심지어 자녀들이 들으라는 듯 거실에서 소리를 키워 동영상을 틀어놓고 자녀에게 동영상 장면을 인화한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결국 이혼하기로 합의했지만 금전문제를 두고 또 다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