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시민단체들 '최태원 SK 회장 구속촉구' 목소리 들어보니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시민단체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정책연구원 등은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특혜 재벌 해체! SK 최태원 구속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업과 상생을 중심으로 하는 건전한 한국 경제 발전이 아닌 재벌 중심의 특혜적 경제 정책으로 현 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도 직무유기를 넘어 재벌만을 비호한 직권남용을 했다"며 "우리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깨트리고 경제 민주화를 역행하며 법 위에 군림하는 특혜 재벌을 규탄한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과 경영권 박탈, 범죄 소득 압수 등 정당하며 정의로운 법의 심판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최태원 회장의 형사사건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은 내달 중으로 잡힐 예정인 상황인데, 공판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직접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간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항상 관대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재벌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어 복역한 것은 김승연·최원석·최태원 회장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 잠시 수감되었을 뿐, 이후 항소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외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재벌총수들은 범죄혐의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법부의 관행은 국민들에게 '유전무죄 유전무죄'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낳았으며 '재벌 공화국' 이라는 오명을 만들어 내는 데에 일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2003년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후 이명박 대통령은 수감 78일만에 그를 특별사면 했는데, 최 회장은 곧바로 약 500억원의 횡령·배임을 저지르고 다시 한 번 구속됐다. 검찰은 거듭된 기업 범죄에 대해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지만, 이미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나와 있는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재벌들은 당연히 집행유예이고 사면을 받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며 "최태원 회장 같은 재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기업범죄를 일삼았다. 재벌 일가의 부를 축적하거나 대물림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마음대로 전횡했고 법을 수시로 어겼다. 차명계좌로 세금을 포탈하고 주가 조작을 통해 수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또 "마치 재벌들에게는 법은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또 현실에서도 재벌에게는 법이 통용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그로 인한 계열사와 소액주주, 일반 투자자의 실질적 손해는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만큼 크다. 시장을 믿고 거래하는 그들은 재벌들의 들러리가 아님에도 변제나 보상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가의 중심인 기업을 사유화하는 최태원 회장에 대해 더욱 엄중하고 강한 처벌을 통한 일벌백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최태원 회장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SK그룹을 통해 범죄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금융시장을 믿고 거래하는 금융소비자를 수탈할 것이다"며 "최태원 회장을 구속해야 하며, 특혜 재벌을 해체하는 것만이 시장의 모두를 위한 길이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의 중심이 기업이 아닌 재벌이 되면서 그들의 특혜는 점점 고착되고,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에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명시되어 있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