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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결국 분당 수순… 강기갑 "단식으로 속죄"

[재경일보 고명훈 기자] 통합진보당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내분사태의 봉합책을 찾지 못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

신당권파가 제시한 '혁신 재창당'의 조건 중 특히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문제에 대해 구당권파가 거부하면서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강기갑 대표는 결국 분당 수순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에 대해 단식까지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은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혁신 재창당 안건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도 무산됐다.

앞서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의 백의종군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한 사과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라는 3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져야 분당 대신 구당권파와 함께 '혁신재창당'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신당권파 내 각 계파는 저마다 탈당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양측은 마지막까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 문제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강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늘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통해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사실상 모든 봉합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했다.

이어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고 국민 앞에 엄청난 사태와 여러가지 추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과 당원들께 석고대죄하고 백배사죄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단식으로 속죄하는 기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당권파 최고위원과 구당권파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서로 대립각을 세웠다.

구당권파 측 유선희 최고위원은 구당권파인 유선희 최고위원은 "두 의원의 사퇴 문제와 관련해 당내 절차를 밟아왔고 의원단 총회에서 최종 제명안을 부결한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며 "의견 차이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게 정당이다. 당을 정상화하고 진보정당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고위원으로서 그동안 현명하고 지혜롭게, 통합·단결·화해의 차원에서 당을 이끌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분열·분당은 안 된다는 당원의 뜻이 지도부의 뜻으로 모아졌으면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신당권파인 이정미 최고위원은 "많은 분이 통합진보당은 왜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며 "이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두 의원(이석기·김재연) 뿐"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원 2만여명이 탈당하거나 당비 납부를 거부했고 혁신의 좌초를 뼈아프게 바라보며 기대를 접고 있다"며 "그 속에서 지도부로서 당원들에게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겠느냐. 그들과 함께 서는 일 밖에 없다"고 분당을 시사했다.

신당권파 측 천호선 최고위원도 "당원 뜻이 한 사람에 의해 전복된 사실을 존중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더 이상 상황을 기대한다는 것은 국민을 더욱 실망시키고 우리 모두를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며 "오늘 이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생각해왔지만 이제 결단을 내리고자 한다"고 말해 이 최고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어 "알량한 권력을 놓고 함께 살자고 4개월 간 얘기했다. 이제 과연 시간이 남았는지 의문"이라며 "두 의원(이석기·김재연)의 사퇴 문제는 다른 것도 아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신당권파 측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이제는 질서있는 퇴장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희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2 중앙위 폭력사태가 많은 당원과 국민의 실망을 더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한 뒤, 자신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쉬운 일이라면 아마 고민조차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당권파 측 이정미 최고위원은 "오늘 이 전 대표의 발표는 사과를 위한 사과가 아니라,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선언을 하기 위한 기자 회견이었다"며 "어느 당원이 이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이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