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17일 오전 5시께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강도상해 혐의로 수감된 청소년 강간 등 전과 25범 최모(50)씨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의 눈을 피해 유치장 창살 하단에 있는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 나간 뒤 2m 높이의 벽면에 설치된 또다른 창문의 창살 틈을 통해 경찰서 밖으로 달아났다.
올들어 대구지역에서 피의자 도주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고, 2건은 동부경찰서에서 일어나 경찰의 피의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피의자는 2008년 여중생을 성폭행해 3년간 감옥살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했다가 같은 병실의 환자에게 면회온 여중생에게 취직시켜주겠다고 꾀어 자신의 집에 붙잡아 두고 며칠동안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가로 45cm, 세로 15cm인 유치장 배식구를 탈주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키는 165cm, 몸무게는 52kg으로 탈주가 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씨가 성인 주먹 2개 폭인 15㎝를 빠져 나간 것인데, 성인의 머리와 어깨가 과연 15㎝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머리가 작고 어깨가 좁더라도 몸의 유연성이 뛰어나지 않으면 인기척을 내지 않고 세로 15㎝의 배식구를 빠져나가는게 어려워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달아날 때 동부서 유치장에는 모두 8명의 피의자가 유치돼 있었고, 최씨는 다른 유치인 2명과 함께 유치장 3호실에 수감돼 있다가 달아났다.
하지만 도주 당시 함께 수용된 다른 유치인들이 최씨 탈주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물론 유치장 관리를 하던 경찰관 3명도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최씨는 2m 높이의 벽면에 설치된 건물 외부로 통하는 하나 밖에 없는 또다른 창문의 창살 틈을 통해 경찰서 밖으로 달아났다.
최씨가 빠져나간 창문에는 3개의 쇠창살이 가로로 설치돼 있고, 창살 사이의 틈은 일반인들이 빠져나가기에 불가능한 13.5㎝였다.
이런 가운데 최씨가 유치장 배식구를 통과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아 탈주과정이 더욱 의문을 낳고 있다.
경찰은 잦은 범죄행위로 유치장 환경에 익숙한 최씨가 내부의 감시 카메라 특징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유치장 내부 카메라는 원활한 감시를 위해 좌우 회전식으로 작동한다.
CCTV를 분석한 한 경찰간부는 "최씨가 유치장 외벽의 창문까지 가는 장면이 담기진 않았다"면서 "그러나 유치장 외벽의 1층 창문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창문 역시 외벽의 4~5m 높이에 설치돼 있고 세로 13cm 간격으로 창살이 설치돼 있어 일반인은 탈주를 상상할 수조차 없다.
최씨가 달아날 때 근무자들은 유치장을 비우고 다른 곳에 있었거나 잠을 자는 등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경찰이 유치장에 설치된 CCTV 화면을 공개하지 않아 경찰의 근무수칙 위반을 숨기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최씨가 도주할 당시 유치장에 근무한 3명의 경찰관이 최씨의 탈주과정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근무자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
준강도 등 전과 25범인 최씨는 상의를 벗고 검은색 체육복 바지만 입은 채 달아났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가 유치장을 벗어난 뒤 2시간이 넘게 지난 오전 7시35분께 도주 사실을 확인, 연고지 등에 형사들을 보내고 비상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유치장 관리를 맡은 경찰관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 소홀한 직무를 확인하면 징계할 방침이다.
지난 3일에는 강도혐의로 연행된 10대 2명이 대구 서부경찰서 형사계에서 조사를 받다가 달아났다.
또 지난 3월에는 폭행혐의로 대구 동부경찰서의 한 지구대에 연행된 40대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났다가 열흘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이 "피의자는 배식구와 외벽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고 주장한 점이 사실이라면 규격이 같은 전국 경찰서 유치장의 배식구를 당장 고쳐야 할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