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탓에 노후 등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과 연금상품에 돈이 몰리면서 가계와 비영리 단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연금상품 수익률은 적금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2분기말 기준 가계·비영리 단체의 금융자산이 모두 2384조8천억원에 달한 가운데 '보험 및 연금 자산'은 629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6.4%를 차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보험과 연금상품이 가계·비영리 단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2007년 21.4∼22.7%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8년 25.0%로 올라선 뒤 2009년 24.3%, 2010년 24.4%, 2011년 25.6%로 전체 금융자산의 4분의 1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현금통화와 예금의 비중은 계속해서 줄어 2002년에는 전체 금융 자산의 54.3%에 달했지만 2012년 2분기 현재 46.0%로 자산의 절반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계·비영리 단체의 자산에서 보험과 연금상품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저금리 기조에 예금 이자가 떨어지며 대체 상품이 떠오르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와 일치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진데다 은행 예금보다도 더 좋은 이율을 준다는 말에 예금을 빼 연금·보험 상품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상품들의 실제 수익률이 형편 없는 수준이라는 것.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16일 '금융소비자 보고서 1호'를 따르면, 연금저축(채권형) 상품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펀드(42.55%, 자산운용사), 신탁(41.54%, 은행), 보험(32.08~39.79%, 보험)의 순으로 나타나 모두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적금 수익률(48.38%)에도 미치지 못했다.
안전성 면에서 연금저축이 은행 적금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수익성 면에서는 연금저축 상품의 기대수익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매년마다 받아내는 과잉 수수료에다 자산운용·관리 실패까지 겹쳐 낙제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만 것이다.
이중 '보험 및 연금자산'으로 잡히는 것은 손해·생명보험사의 상품뿐이지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상품들 역시 수익률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소비자가 5∼10년 후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후에라도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공식적 수익률이 처음 발표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소비자 행동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