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전체 정기예금에서 고액예금은 늘어난 반면 소액예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저축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의 은행 정기예금의 예금규모별 잔액·계좌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정기예금에서 잔액 `1억원 이하'의 비중이 급감한 반면 `10억원 초과'는 크게 늘어났다.
2002년 상반기 1억원 이하의 정기예금은 100조6000억원으로 전체 정기예금의 41.7%를 차지한 반면 10억원을 초과하는 정기예금은 8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5.4% 수준이었다.
이후 1억원 이하 정기예금의 비중은 계속해 떨어져 2010년 하반기에는 27.5%까지 내려갔고, 올해 상반기 말 현재는 181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31.0% 수준이다.
반면 10억원을 초과하는 정기예금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 2006년 말 전체의 40.5%로 `1억원 이하(38.9%)'를 역전한 이후 2010년 상반기에는 259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54.4%까지 치솟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290조8000억원으로 전체 정기예금의 절반(49.7%) 수준으로 1억원 이하 정기예금을 1.5배 이상 앞질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억원 이하 정기예금은 일반적인 예금자의 것이 대부분"이라며 "10억원 이상 넣은 경우는 고액자산가나 이자생활자, 혹은 기업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그간 정기예금 총량 자체가 두 배 이상 늘어난 데다 물가상승률, 통화가치의 등락을 고려하면 `양극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단순히 물가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의 설명대로라면 1억원 이하~10억원 초과 사이에 있는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와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정기예금 비중도 늘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10년간 각각 14.8%→13.4%, 8.1%→5.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체 금액을 계좌 수로 나눈 계좌당 금액을 봐도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 1억원 이하 정기예금의 계좌당 잔액은 2002년 상반기 1307만원에서 2010년 말 1497만원까지 늘었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1289만원으로 다시 축소됐다.
그러나 10억원 초과 정기예금은 2002년 상반기 계좌당 50억2400만원이던 것이 같은 기간 66억900만원까지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10억 초과 정기예금의 증가율이 1억 이하보다 훨씬 가파르다"며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고액자산가들이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 놓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