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달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약 절반은 금리가 연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내려간데다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3%대 후반까지 금리를 낮춘 결과다.
28일 한은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중 금리가 연 5% 미만인 대출 비중이 48.8%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난 199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 올해 1월 18.8%에서 아홉 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연 4% 이상 5% 미만이 40.0%였고, 연 4% 미만 대출도 8.8%에 달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도 5.29%로 올해 1월 6.01%보다 0.72%포인트 낮아졌다.
저금리 중기대출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만기가 짧은 변동금리부 대출을 선호하는 기업의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자연스레 낮아졌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가운데 시장금리 연동대출 비중은 58.6%로 고정금리대출(34.0%)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가운데 48.3%가 고정금리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채권 발행 환경이 좋아진 대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눈을 돌리면서 대출 고객 확보에 나선 은행이 `우량 중소기업 모시기'에 나선 것도 대출금리가 낮아진 또 다른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회사채(금융회사채 제외) 발행액은 8조188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6% 늘었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돈 굴릴 데가 없는 상황에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우량 중소·중견기업에는 은행들이 서로 우대금리를 얹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3%대 후반~4%대 초반 금리를 적용받는 업체들도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9월 말부터 석 달 동안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평균 3%대 후반의 특별 저금리 대출을 시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소기업대출 비교공시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대출 소비자들이 금융정보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것도 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아지다 보니 금융거래를 할 때 고객과 은행 간 `정보의 불균형'이 줄었다"며 "이런 시스템이 더 활성화하면 고객 선택권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