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 판결을 하루 앞두고 판결 내용에 따라 대규모 `소송 폭탄'을 맞을 수도 있게 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5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인단 271명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달라며 지난해 9월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이 6일 이뤄진다.
시민단체들은 판결 이후 추가로 집단소송에 나설 태세여서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근저당권 설정비로 금융권이 거둬들인 부당이득이 1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대출거래 약관의 유효 여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에 고객이 설정비 부담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표준약관을 2008년 은행 측이 설정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개정하도록 하자 은행권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기존약관이 공정하지 않으므로 새 표준약관을 쓰라"고 판결했다.
`공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해석에 대해 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는 원고 측은 기존 약관이 무효이며 설정비는 채권자인 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은행 측은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 약관 무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은행이 설정비로 부당이익을 챙겼는지 여부다.
은행 측은 고객이 설정비를 내면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우대혜택을 줬으므로 은행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고 측은 은행이 설정비 부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고객으로서는 실질적인 선택권이 없었으므로 이를 돌려받는 게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정위와의 대출약관 관련 소송 당시 일부 은행을 조사한 결과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한 사례와 고객이 부담한 사례가 거의 반반이었다"며 "설정비를 낸 고객은 금리 우대혜택을 받기 때문에 은행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설정비는 등기의무자가 아니라 등기권리자인 채권자가 부담해야 한다. 고객이 혜택을 받았는가와 상관없이 은행이 설정비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