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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법 개정안? 무엇을 개정했다는 것인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여야가 '진통' 끝에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절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핵심은 자정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며, 새누리당 간사인 여상규 의원은 어디까지나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약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도대체 지금과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이냐고 묻는다. 올해 내내 유통법 개정 및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처리를 논의한 결과가 이것이냐는 것이다.

원래 여야 지경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던 개정안은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밤 12시부터에서 밤 10시로 앞당기고, 의무휴업일을 현행 2일에서 3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간 야당과 중소상인·시민사회가 제안했던 월 4일 의무휴업이나 밤 9시부터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안에 비해서는 미흡하지만, 그나마 진일보한 안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법사위에서 '월권'과 '몽니'를 부리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원안 통과가 지연되더니, 대선 후 결국 민주당이 지경위 통과 원안보다 크게 훼손된 안을 합의해주고 말았다는 것이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들의 반응이다.

물론 의무휴업을 2일로 하고 휴일로 한다고 아예 본법에 명시한 것, 대형마트 등의 등록요건을 강화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의 확대와 의무휴업일의 확대를 기다리던 전국의 중소상인·자영업자, 경제민주화 추진 단체들에게는 결과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 됐다.

우선 전국의 지자체와 지방의회들이 조례를 재개정해 대부분 둘째·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기준 15개구는 올해 안에 이미 시행중이고, 10개구는 내년 1월 중에 둘째·네째 일요일 의무휴업 시행 예정이므로 이 법안 통과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업시간 제한도 밤 12시에서 오전 8시로 되어 있는 것을 밤 12시에 오전 10시로 확대한다고 하지만, 많은 대형마트 등이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유통법 개정안 문제는 국회에 제출된 100개가 넘는 법안 중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새누리당 법사위 의원들이 집요하게 유통법 개정안 원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발생했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까지 나서서 원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이와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이미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4일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도 유통법 개정안 원안이 몇가지 문제가 있어 처리를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유통법 개정안이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 근거를 얼버무리며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박 당선인은 전국의 많은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법안인 유통법 개정안의 원안 처리를 끝내 무산시켰고, 중소상인들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