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저축은행 유동성이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정지와 각종 비리에 따른 신뢰 추락으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수신기능이 약해져 수익창출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탓이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여전히 큰데다 당장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도 어려워 올해 저축은행이 추가로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광의통화(M2ㆍ평잔기준)는 41조129억원으로 2007년 7월(40조7026억원) 이후 6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M2는 유동성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지표로, 현금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인 협의통화(M1) 및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금융채,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시장형 상품이 포함돼 있다.
저축은행 M2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지속적으로 늘어 2010년 11월 69조8021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바로 직전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최근 40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저축은행은 삼화저축은행이 2011년 1월 초 영업정지된 것을 시작으로 바로 다음 달 부산, 대전, 부산2, 전주, 중앙부산, 보해, 도민 등의 저축은행이 무더기로 퇴출당하는 등 지금까지 총 2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 자산 규모가 급격히 위축됐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PF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고객들의 신뢰가 곤두박질치면서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소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까지 터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와 언론을 통해 저축은행의 각종 치부가 낱낱이 폭로되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가 워낙 추락해 고객들의 외면이 계속되면서 돈이 좀처럼 유입되지 않고 있어 결국 유동성이 5년 반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2년에 걸친 대규모 영업정지와 구조조정으로 인해서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먹거리가 사라지면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도 크게 하락해 '고금리'라는 저축은행의 '메리트'도 사실상 사라졌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8일 현재 평균 연 3.45%로, 이 중 오투, 청주, 한성 등 일부 저축은행의 금리는 3.80%로 가장 높지만 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지며 2.90%에 불과한 곳도 있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초중반인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산업은행의 KDBdirect/Hi정기예금 금리는 3.65%로 오히려 저축은행 높아 저축은행에 돈을 맡겨야 할 이유가 적어지게 됐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금리가 낮아진 것은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대출영업이 어려워 자금이 남아 수신을 덜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반은행 M2는 저축은행이 최고치였던 2010년 11월 885조6048억원에서 작년 11월 955조3억원으로 7.8% 늘었고, 자산운용사 M2도 202조2534억원에서 204조991억원으로 소폭 증가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저축은행의 유동성 사정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수익창출능력이 저하되고 있지만 새로운 수익기반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부동산 침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PF 대출 부실에 따른 추가 자산건전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PF 대출 대신 개인신용대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큰 상황이어서 일부 저축은행은 추가 퇴출 명단에 올라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고은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거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0% 미만인 저축은행이 37곳이었다"며 "저축은행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올해 추가 구조조정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