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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고양이' 스위스 기업경영진 보수규제 국민투표 압도적 가결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 발의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3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제한하는 주민발의안이 70%에 가까운 찬성률로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스위스 기업 임원들은 거액의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주민발의 법안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에도 적용된다.

이른바 '살찐 고양이'(fat cat: 배부른 자본가란 의미) 척결을 위한 주민발의 국민투표안은 주주가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보수를 승인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기업 인수·합병이나 매각이 성사됐을 때와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되는 특별 보너스(이른바 '황금 낙하산')를 금지해 기업 투명성을 크게 높이게 된다. 경영진 보수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다.

스위스 공영 SRF 방송은 스위스 전역 출구조사와 개표결과를 종합한 예상 찬성률이 6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투표 마감시간이 오후 6시30분인 금융중심지 취리히에서도 유권자의 71%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스위스 언론이 전했다.

주민발의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스위스 의회는 주주에게 회사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이번 국민투표를 이끈 사람은 치약 회사 ‘트라이볼’의 경영자이자 국회의원인 토마스 마인더(53)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당연한 결과다. 이는 그동안의 경영진 보수 관행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스위스에어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스위스에어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해 자신의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자 천신만고 끝에 회사를 살렸지만 스위스에어 경영진이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는 것을 보고 분노, 지난 2008년부터 청원운동을 시작해 국민투표 요건인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결국 국민투표를 이끌어냈다.

유럽 CEO 보수 랭킹에서 스위스 CEO들이 10위 안에 5명이나 들어 있을 정도로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위스 기업 경영진의 급여는 2011년의 경우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기업들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형 금융사고로 커다란 손실을 입은 스위스 금융회사 CEO들은 25% 이상 급여가 줄었다.

한편, 기업 경영진 보수 규제에 대해 경제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스위스 재계는 "이런 방식으로 임원의 임금이 제한되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