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기대인플레이션율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년째 제로수준에서 엇비슷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정기예금 금리 격차가 거의 없으면 저축을 하더라도 만기까지 물가 변동을 고려할 경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저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1982년 이후 3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이 기간 중에 역전상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같은 상황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저축하면 되레 손해가 난다고 생각해 저축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저축한 금액도 빼낼 수 있어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란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예상한 1년 뒤 물가상승률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과 1년 이상~2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대부분 1년 만기 상품·신규 기준) 차이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35개월째 ±1%포인트 이내였다.
지난 2010년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0%인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89%로 차이가 0.89%포인트였지만 이 격차는 점점 줄어 2011년 8월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 4.3%, 예금금리 4.18%로 둘 사이가 역전됐고, 지난해 3월까지 8개월 동안 역전상태가 계속되다가 끝났지만 작년 8월과 9월에도 0.2%포인트, 0.07%포인트씩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 기대치를 밑돌았다.
올해 1월에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2%, 예금금리가 3.24%로 격차가 0.04%포인트에 그쳤다.
이자소득세 등을 고려하면 저축 환경이 더 나빠진 셈으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저금리 기조 탓이 크다.
2008년 9월까지 연 5.25%였던 기준금리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2009년 2월 2.0%까지 내려갔으며, 현재도 2.75%인데 앞으로 더 내려갈 공산이 있다.
저금리도 문제지만, 3%를 웃도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문제다.
이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1%대를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 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물가 당국이 전체적인 지표관리에는 성공했지만, 식료품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품의 가격은 잡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지수에서도 체감물가는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 30.4%로 3분기 기준으로 1982년(27.9%)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재형저축을 부활시켰는데, 현재 제시된 첫 3년간 3.2~4.5%의 이율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경제 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추면 실질 기대 이자율을 높이고 저축률도 증대할 수 있다"며 "한은의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