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온 해외직접투자(FDI)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중국의 7.5%에 불과했고, 인도와 말레이시아보다 적었다.
또 유입액에 있어서 지난해 처음으로 개도국이 선진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와 한국수출입은행,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도 세계 해외직접투자는 유입기준으로 1조3100억 달러로 전년(1조6천억 달러)보다 18.1% 감소했다. 이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였던 2009년 1조2100억 달러에 근접한 것이다.
한국으로 들어온 해외직접투자는 작년에 90억 달러로 전년(102억 달러)보다 11.9% 줄었다.
이는 중국의 7.5%에 불과하다. 중국의 작년 유입액은 전년보다 3.4% 줄어들기는 했지만 1197억 달러였다.
인도(273억 달러), 인도네시아(192억 달러), 말레이시아(100억 달러) 등 주요 아시아 국가도 한국보다 유입액이 많았다.
한국보다 유입액이 작은 아시아 국가는 베트남(84억 달러), 태국(81억 달러), 필리핀(15억 달러) 등이었다.
작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1위는 미국으로 1467억 달러였으나, 이는 전년(2269억 달러)보다 35.3%나 감소한 것이다.
김유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분석팀 선임조사역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규모 면에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발견하기 어려우며 국내 투자 환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큰 폭의 유입액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한편,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에서 개도국이 작년 처음으로 선진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으로의 유입액은 2011년 7027억 달러에서 작년 6804억 달러로 3.2% 줄어든 데 반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유입액은 8078억 달러에서 5489억 달러로 32.1%나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출액은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한국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 유출액(1조3100억 달러)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7년의 3년 평균(1조4800억 달러)보다 11.5% 감소했지만, 한국의 작년 유출액은 금융위기 이전 3년 평균(138억 달러)보다 68.2% 증가한 232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한국의 국외 인수 합병(M&A)은 55억 달러로, 중국(371억 달러)과 일본(356억 달러)에 크게 뒤졌으며 브라질(74억 달러)과 말레이시아(9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재우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는 "현재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유럽 등에서 저평가된 기업 매물이 많을 수 있으므로 기술과 영업력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역도 "해외 인수 합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아세안, 중남미 개도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투자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비금융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