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STX가 그룹의 주축인 STX조선해양을 먼저 살리고,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TX팬오션 매각 여부가 관건이며,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또한 업황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다.
지난 2일 STX조선해양은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을 신청했다. 기존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보다는 보다 강도 높은 조치이며, 워크아웃보다는 다소 강도가 약한 채무약정이다.
이와 같은 결정은 STX팬오션 공개매각 실패와 2013년 5월 만기 도래예정인 3000억원의 회사채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 확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향후 계열사 매각 등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수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자율협약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선업체들은 선박을 수주시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려면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 보증서를 발급하는데 이를 선수금환급보증(RG)이라고 한다.
RG는 조선업체가 파산했을 경우 업체가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채권단은 과거 성동조선, SPP 조선의 경우처럼 금융권이 발행해 준 RG의 금액 6조2000억원 감안시 워크아웃 보다는 자율협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나머지 계열사들, 워크아웃 가능성 배제 못해
그룹 전체 차입금은 13조원(국내 차입금 11조3000억원)으로 그 중 사채는 3조3000억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과 조선업황 침체가 지속되면서 STX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잔액은 9950억원인데,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사채만 37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STX조선해양만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2일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중 가장 먼저 만기가 예정되어 있는 회사는 STX다. 2012년말 별도기준 현금은 90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수준으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STX팬오션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최선의 방안인데, 매각 실패시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워크아웃)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팬오션 매각 되더라도 업황 회복이 필요
STX팬오션 매각 여부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는 팬오션이 지난해말 기준 약 19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총차입금은 4조5000억원인데 현금성자산은 1598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적과 재무상황으로는 공개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공개매각 실패시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산업은행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EF를 설립하고 인수하는 데는 5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경영 정상화는 업황 개선 이후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받아들이면 STX조선해양은 일단 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채무상환이 유예되고 채권단으로부터 긴급 운영자금도 받을 수 있어 경영정상화를 위한 행보에 나설 수 있다.
STX조선해양보다 먼저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은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아 왔다. 자율협약이 진행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STX다롄 지분매각과 STX팬오션 경영권 매각 등의 시간도 벌 수 있다.
문제는 STX조선해양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됐지만 지난해 정상화를 위해 저가수주를 많이 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좋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조선·해운 업황이 회복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황이 살아나야 추진 중인 STX다롄 지분매각, 자산매각 등을 통한 추가 자금을 확보도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