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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사원, 용산개발 감사 착수하기 애매한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0일 시민단체들과 서부이촌동 주민은 용산 개발사태와 관련해 오세훈 前 시장, 서울시, 코레일, 국토해양부의 부당하고 편법적인 행정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오세훈 前 시장이 애초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를 대상으로 계획한 코레일의 용산 역세권 계발 계획을 역점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와 무리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주거지역인 서부이촌동을 그 사업에 끼워넣은 점 ▲이같은 지구 지정 확대 과정에서 한 개인(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편법행정과 무리한 추진이 있었다는 점 ▲공기업인 코레일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과도한 자산개발을 추진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용산개발 사업 실패로 지역 주민들과 공공기관이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전체 국민의 피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공익 감사 청구했다.

감사청구 접수 이틀 뒤인 12일, 감사원은 해당 감사청구에 대해 '감사 대상인지 확실치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규정은 '주요 사업의 예산낭비·지연,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위법 또는 부당행위로 공익을 현저히 해한다고 판단되는 사항' 등을 감사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용산 사업은 민자 사업으로 코레일은 25%의 지분만 보유해 사업 추진 과정을 전반적으로 감사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감사청구 이틀만에 감사에 대해 부정적인 취지로 발언한 감사원 관계자 태도는 매우 부적절했으며, 법률적으로 이 사건은 명확히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 감사원장도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업무보고에서 서기호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 법률적으로 감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미 감사원은 2011년 3월 민자역사 등 철도자산개발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용산 국제업무 지구 사업을 비롯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추진하는 모든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던 전례가 있다. 그 감사 대상은 코레일 등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 이외에도 SPC를 설립해서 간접적으로 수행하는 사업도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감사원은 용산 개발 사업에 대해 법률의 규정대로 즉각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장은 애매한 이유로 감사에 부정적인 태도다. 감사원장은 국회 답변과정에서 법률적으로는 감사대상이지만 민간사업이고, 감사 자체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법률상 감사 대상인 사업을 법률상 근거없는 사유를 들어 감사를 거부할 수는 없다. 또 감사원장이 언급한 사유는 감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 법률적으로 감사 대상이 맞다면서도, 민간사업이라서 감사하기 곤란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사업은 순수 민간사업이 아니다. 공공 재산인 수조원의 철도부지와 수조원의 현금이 투자되는 사업이고, 공기업인 코레일이 최대 주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 개시여부를 주저하는데 민간사업이라는 사정은 핑계가 될 수 없다. 감사 자체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미 부도가 나서 중단된 마당이므로 괜한 핑계에 불과하다.

과거 감사원이 감사를 하지 않은데 대한 변명이라면 이것도 틀린 변명이다. 감사 자체로 사업에 영향을 받을 사업이라면 안정성을 추구해야할 공기업이 투자하면 안 되는 부실한 사업인 것이다. 

용산개발 사업은 총 31조원이 투자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사업타당성 평가가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레일, 서울시, 국토해양부는 사전 사업평가 뿐만 아니라 사후적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이 사업은 도시개발법의 취지를 편법으로 적용한 편법 행정,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졸속 행정, 공공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넘어 부동산 개발에 몰두하다가 주민들과 국민 전체에 피해를 준 개발 만능 행정의 전형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사업 출자비율 등에 억매여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해당 사업에 대한 본격적 감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