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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의 동양 볼건가…금산분리 규제 강화하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산분리 규제 강화 이슈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동양그룹 총수일가가 비금융 계열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금융계열사를 사금고처럼 악용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이 불특정금전신탁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서 계열사의 회사채·CP를 개인투자자들에게 불완전 판매한 것은 물론, 동양파이낸셜대부라는 비상장 대부업체가 계열사간 자금 돌려막기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문제는 사전적 소유규제를 중심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원천 차단하는 은산분리 이슈와는 달리, 제2금융권의 경우에는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금지하는 규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금고화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2금융권에도 은행처럼 사전적 소유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어떤 의미에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 이슈는 하나의 규제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기본전제 하에, 다양한 측면의 규제수단들이 체계적 합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선,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함으로써 얻게 되는 부당한 편익을 줄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특수관계인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행 규제체계는 저축은행업·금융투자업·보험업·여신전문업 등 각 업권별로 신용공여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총수일가 및 계열사에 제공하는 자금의 양을 규제한다. 그런데 각 업권별 신용공여 한도에 규제격차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번에 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중간에 다른 계열사를 끼워 넣어 유가증권 거래로 위장하는 경우 규제를 벗어나는 탈법행위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 차원에서 모든 형태의 직간접적 특수관계인 거래를 규제하는 체계(group-wide supervision system)를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

물론 사전적 규제만으로 불법적 특수관계인 거래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불법거래가 적발되었을 경우 사후적 제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 핵심이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 적격성 심사 제도의 도입이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사전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면, 부적절한 대주주가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사후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은행과 저축은행에는 이미 도입되어 있는 만큼, 여타 제2금융권에도 조속히 동태적 적격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이 때 심사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범위, 시정조치를 촉발하는 불법행위의 유형, 시정조치의 강도, 심사 주기 등 동태적 적격성 심사 제도의 주요 구성요소에 대해 국회의 합리적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제2금융권의 금산분리 이슈는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금융회사가 또 다른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금산법 제24조에 의한 소유규제, 공정거래법 제11조에 의한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 제8조의2에 의한 지주회사 규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상의 규제들은 지주회사그룹과 재벌그룹 간에 심각한 규제격차를 유발하고 있으며, 지주회사그룹의 경우에도 지주회사체제 밖에서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그룹의 조직형태와는 무관하게 동일한 강도의 금산분리 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의 합리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